지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전분기대비 0.1%에 불과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더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0.1%) 이후 3년2분기(14분기)만에 최저치다. 국내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는 얘기다. 특히 기업들의 설비투자 부진이 심각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4%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4분기 실물지표 회복세도 뚜렷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질국민총소득(GNI)은 명목 GNI의 감소(-0.4%)에도 불구하고 원자재 수입가격 하락 등 교역조건 개선 덕택에 전분기대비 0.5% 증가했으나 지난 2분기 1%대 반짝 증가율에 비해 하락했다. 경기 부진 여파로 국민소득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총처분가능소득은 2008년4분기 이후 3년3분기(15분기)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소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투자 부진 심각…"설비투자 진작 필요"

한은은 3분기 실질 GDP 잠정치가 제조업 생산 및 설비투자 부진 등으로 전분기대비 0.1% 증가에 그쳤다고 6일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1.5%로 2009년 3분기(1.0%) 이후 가장 낮았다.

이같은 경기 부진은 기업들의 투자 부진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4.8% 감소해 10월 속보치(-4.3%)보다 더 악화됐다.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가 감소했고 운송장비도 자동차를 중심으로 부진했다. 건설투자도 0.2%에서 0.1%로 낮아졌다. 정부가 주도하는 토목은 도로 철도 전력시설 등의 증가로 2.8% 늘었으나 민간 중심의 건물부문은 주거용, 비주거용 건물투자가 모두 부진해 2% 감소했다. 총투자율은 1.7%포인트 하락한 26%로 2009년 2분기 24.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민간소비가 0.7% 증가해 10월 속보치(0.6%)보다 다소 나아졌으나 이는 갤럭시S3 등 신제품 출시에 따른 일시적 효과로 분석됐다.

설비투자가 나빠지면서 제조업 GDP는 전기대비 0.4%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10월 속보치(-0.2%)보다도 0.2%포인트 더 낮아졌다. 건설업은 3분기 연속 감소세에서 벗어나 토목 건설을 중심으로 2.8% 증가했으나 10월 속보치(2.9%)보다는 떨어졌다. 서비스업은 교육, 부동산 및 임대업 등이 감소했으나 도소매, 음식숙박, 금융보험이 증가하면서 0.1% 성장했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 국민계정부장은 "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부진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내수, 특히 설비투자의 진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국내총처분가능소득 3년3분기만에 감소‥소비 개선 기대 난망

설비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소비가 개선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3분기 국내총처분가능소득은 0.3% 감소했다. 2008년 4분기(-1.5%) 이후 3년3분기(15분기)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것으로 1분기(0.4%), 2분기(0%)에 이어 계속 나빠지는 추세다. 지난해 분기별 증가율(1.1%, 0.9%, 1.2%, 2.3%)과 비교하면 확연히 차이가 난다. 국민소득(명목 GNI) 자체가 줄었고 기업의 총자본형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명목 GNI도 0.4% 감소했다. 명목 GDP가 0.1% 증가했으나 배당금, 해외소득 등 국외순수취요소 소득이 전분기 2조6000억원에서 9000억원으로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환율, 원자재 가격 등 교역조건을 감안한 실질 GNI는 국외순수취요소 소득이 줄었으나 원유 등 원자재 수입가격 하락 등에 따라 0.5% 증가했다.

정 부장은 "소비는 소득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며 "가계부채와 고용 문제 때문에 소득 자체가 늘지 않고 있어 민간소비지출이 회복되는 데 제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목 GDP를 실질GDP로 나눈 것으로 물가수준을 나타내는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동기대비 0.9% 상승해 2분기(1.2%)보다 더 낮아졌다. 내수 디플레이터 상승률은 1.8%로 2분기(2.5%)에서 더 떨어졌다. 경기가 침체된 탓에 물가는 안정된 모습이다.

3분기 총 저축률은 30.1%로 전분기(31.2%)보다 소폭 낮아졌다.

◆ 한은 "연간 성장률, 10월 전망한 2.4% 달성 어렵다"

한은은 올해 우리나라의 연간 경제성장률이 지난 10월 전망한 2.4%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2.4%를 달성하려면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 1.6% 수준을 기록해야 한다"며 "10~11월 수출이 다소 개선되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 성장세로 보면 특별한 요인이 없다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4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 같진 않다"면서 "연 평균 경제성장률이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심하게 하락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