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외국 투자은행(IB)들은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 후 내년 새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경기부양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IB들은 대체로 내년에 원화 강세가 이어져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000원대 중반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새 정부가 원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지 않는 한 원화가치 절상을 용인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또 IB들은 내년 대외 불확실성과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제 회복이 천천히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2.75%)으로 유지하거나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일부 IB는 공격적으로 재정정책을 집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 7개사 중 5개사 "내년 말 환율 1100원 이하"

30일 외국 IB 7곳(모간스탠리, UBS, 바클레이즈캐피탈, 씨티그룹, 소시에테제너럴, 노무라금융투자, HSBC)을 대상으로 내년 원화 환율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5개사가 내년 말 환율을 1100원 이하로 예상했다.

프랑스계인 소시에테제너럴(SG)은 내년 환율이 점차 낮아져 내년 6월에는 1060원으로, 12월에는 1040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SG는 달러화 약세에 따라 아시아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화 가치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내년 상반기에 환율이 1060원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영선 노무라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달러화 유입과 세계 여러 국가의 부양책 시행 등으로 인해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경상수지 흑자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한에서 점진적 원화가치 절상을 용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HSBC와 바클레이즈캐피탈은 내년 말 환율을 1050원으로, 모간스탠리는 1086원으로 예상했다.

내년 환율을 1100원 이상으로 예상한 곳은 씨티그룹과 UBS다. 씨티그룹은 내년 평균 환율을 1102원으로, 내년 말 환율을 1103원으로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한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과 외환시장 규제 강화로 원화 절상 폭이 억제될 것으로 봤다.

UBS는 앞으로 6개월 후 환율이 1050원까지 내려가겠지만 내년 하반기에는 1100원으로 다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UBS는 환율이 1050원 수준까지 내려가면 외환 당국이 원화 절상 억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 "한국은행 내년 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크다"
 
조사 대상 7개 IB 중 세 곳은 내년 초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해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의 재정절벽(재정지출 축소로 인해 경제가 충격을 받는 것) 가능성과 유로존 재정위기, 중국 성장 둔화 등과 같은 대외 불안 요인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높은 가계부채로 인해 내수도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UBS는 내년 상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던칸 울드리지 UBS 이코노미스트는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내년에 한국의 재정정책은 보수적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큰데, 강력한 재정 부양책이 없는 상황에서 경제를 부양하려면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클레이즈캐피탈과 씨티그룹도 내년 초에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장재철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2월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후, 내년 연말이나 2014년에 금리를 다시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올해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든 경제 회복이 늦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인하를 통한 부양책이 시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무라금융투자와 모간스탠리는 내년 한 해 기준금리가 2.75%로 동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SG는 내년 8월까지는 현 수준이 이어진 후 9월에 3.0%로, 12월에 3.25%로 두 차례에 걸쳐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HSBC는 내년 3분기까지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봤다.

IB들은 대체로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을 3% 중반에서 후반으로 예상했다. 다만 노무라금융투자와 UBS는 내년 국내 경제 성장률이 올해와 마찬가지로 2%대에 머물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