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발표된 하이트진로의 3분기 영업이익은 595억원으로 작년보다 65.3% 늘었다. 매출액은 5490억원으로 51% 늘었다. 작년 9월 1일 하이트와 진로가 합병하면서 덩치가 커진 게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를 감안해도 선방(善防)했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하이트와 진로의 합병 직후 고전(苦戰)했던 국내 최대주류업체 하이트진로가 최근 반등(反騰)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표된 9월 출고량 실적에 따르면 46%까지 떨어졌던 소주 시장 점유율은 1년7개월 만에 50%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20%대까지 벌어졌던 시장의 점유율 격차도 줄어들고 있다.

"합병 시너지 나는 것"

하이트진로 측은 최근 시장점유율 회복에 대해 "합병 시너지(synergy)가 나타난 것"이라며 반기고 있다. 2005년 당시 맥주 1위인 하이트가 소주 1위인 진로를 인수하기로 결정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5년간(2006~2010년) 공동 영업을 금지했다. 술집에는 '하이트'(맥주)와 '참이슬'(소주)이 모두 들어가지만 하이트 영업사원과 진로 영업사원이 따로 영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업·물류 비용이 더 드는 구조다.

하이트진로 이영목 상무는 "지난해 공동 영업 금지기간이 끝나면서 물류센터를 합치고, 하이트와 진로 영업사원들이 한 사무실을 쓰고, 같이 일하게 되면서 시너지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현재 서울 2개, 부산 1개 지점에서 시범적으로 소주와 맥주를 함께 파는 공동영업을 시행하고 있으며 결과를 봐가며 더 확대할 계획이다.

합병 직후 진로 출신 영업통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겪었던 내부 갈등도 어느 정도 가라앉고 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 과장급 직원은 "과거 하이트는 오전 7시에, 진로는 오전 9시에 출근했다"며 "출근 시간부터 문화, 영업방식까지 달렸던 하이트 출신과 진로 출신들 간에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결할 과제도 많아"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하면서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하이트진로에 대해 내놓은 보고서 제목은 불과 3달 만에 180도 달라졌다. 7월 보고서 제목은 '점유율 회복도, 합병 시너지도 지연'이었지만 10월 말에는 '2013년 더없이 강한 턴어라운드(반등) 기대'로 바뀌었다. 보고서를 쓴 한국희 애널리스트는 "7월 보고서를 낸 직후 소주 원료인 주정(酒精) 가격이 5.6% 오르면서 하이트진로가 소주 가격을 5%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이 때문에 내년부터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송광수 애널리스트는 "맥아 등 원료비 하락과 인력 효율화로 비용이 줄었고, 악재(惡材)였던 맥주 점유율 하락도 완화되고 있다"며 "합병 과정 후 늘어난 1조4000억원의 차입금을 예상보다 빨리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009년 11월 4만2400원에서 올 6월 1만995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도 회복세다. 현재 주가(27일 기준)는 2만8850원으로 6월보다 45% 올랐다.

하이트진로가 여전히 본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가을 들어 하이트진로 영업사원들이 '소주값이 조만간 오른다'며 업소들에 '물량 떠밀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9월 하이트진로의 소주점유율이 50%를 넘긴 것은 이런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진로 출신들이 많이 이탈해 영업력이 여전히 회복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과거 진로는 영업력이 막강했는데 인수된 이후 하이트 출신들에 눌려 기(氣)를 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에는 박문덕 회장을 포함한 부사장급 이상 인사 가운데 인수 전(前) 진로에서 일했던 사람은 한명도 남아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