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 따른 고용 한파로 일할 의욕이 있어도 6개월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한 장기 실업자 비중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 10명 중 1명이 6개월 이상의 장기 실업자로 이 비중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실업 기간이 장기화되면 향후 재취업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특히 아직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청년층의 실업이 장기화할 경우 소득 생산 등 경제활력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인력에도 감가상각이 있다’며 실업이 장기화되기 전에 고용을 알선하거나 적합한 취업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한다.

◆ 장기실업자, 금융위기 이후 최장 증가세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실업자(71만8000명) 중에서 장기 실업자로 분류되는 구직 기간 6개월 이상 실업자는 7만4000명으로 10.4%를 차지했다. 10명중 1명이 장기실업자라는 얘기다. 이 비중은 지난 9월(11.8%)에 이어 두 달 연속 10%를 넘은 것으로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 10월(10.9%) 이후 최고치다 . 올해초에는 6%대였지만 여름 무렵부터 치솟고 있다.

6개월 이상 실업자는 올 5월부터 지난달까지 전년 동월 대비로 6개월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역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장의 증가세다. 반면 구직 기간 3개월 미만인 단기 실업자는 줄고 있다. 지난달 3개월 미만 실업자는 43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감소, 지난해 12월부터 계속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통계는 빨리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실업 상태인 기간이 길어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직장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실업(마찰적 실업)은 문제시 되지 않는다. 하지만 실업 기간의 장기화는 고용시장의 질적 악화를 대표하는 요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할 의욕이 있어도 장기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용시장 구조에 문제가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김용성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 연구위원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도 감가상각이 된다"며 "노동 시장에서 시간상으로 멀어질수록 노동자는 노동 수요자가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가 어려워진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취업 연령층 취업 지연..앞으로 소득ㆍ일자리 질 악화 요인

실업자 증가에는 취업 연령층인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취업이 지연되는 것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 경력직 선호로 인해 실업자는 주로 이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연령대별로 보면 25~29세(16만6000명)와 30~34세(8만5000명) 실업자는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연령대에선 취업을 아예 해본 경험이 없는 취업 무경험 실업자도 각각 1만6000명과 2만명으로 전체 무경험 실업자(3만9000명)의 거의 절반 수준이다.

젊은 층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기간이 늦어진다는 것은 그 사회의 경제 활력도가 떨어지는 문제로 직결된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취업이 늦어질수록 먼저 취업한 사람보다 소득의 질, 일자리의 여건이 열위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며 "입직(入職) 소득이 낮으면 나중에 소득도 같이 낮아진다는 이론이 있다"고 설명했다.

취업자와 실업자를 포함하는 경제활동인구 외에 취업 준비 등으로 비(非)경제활동인구 분류에 속하는 25~34세는 185만3000명에 달한다. 같은 연령대의 실업자(25만1000명)까지 합하면 실상 무직 상태인 25~34세는 200만명을 넘고 있다.

◆ "장기 실업 대책 세워야"

실업 장기화는 결국 사회적 문제로 이어진다. 노동 시장에서 멀어질수록 진입하기가 어려워지고 늦게 일자리를 얻을수록 소득이 높아질 가능성이 작아진다. 이는 개인의 결혼, 출산 등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김용성 연구위원은 "앞으로 장기 실업이 상당히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국 같은 경우 장기 실업자에 대한 프로파일링이 잘 돼 있기 때문에 당장 직업 알선이 필요한지 아니면 직업 교육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데 우리나라도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