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전망치도 3.4%에서 3.0%로 낮췄다. 대내외 경기 부진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 연간 성장률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3%대중후반)에 못미치는 저성장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른바 ‘L자형’ 또는 ‘나이키’ 성장 패턴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KDI는 이런 전망을 바탕으로 정부는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야 하고 통화당국은 금리 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는 26일 '2012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의 성장률 전망치를 2.2%와 3.0%로 지난 9월 전망치에서 각각 0.3%포인트와 0.4%포인트 낮췄다. 올 3, 4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1.6%와 2.1%로 각각 0.6%포인트, 0.4%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은 상반기 2.2%, 하반기 3.7%로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내년 하반기 성장률이 올해 하반기 성장률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를 담고 있어 내년 하반기를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KDI는 “전분기로 비교하면 하반기 흐름(분기 1.1%)은 상반기(분기 0.9%)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KDI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전망치를 대폭 낮춘 한국은행(3.0%→2.4%) 보다 낮고, 최근 나온 전망치 중 최저치인 금융연구원(2.2%)과 같은 수준이다. 내년 전망치는 금융연구원(2.8%) 다음으로 가장 낮다. 매년 5월과 11월에 경제 전망을 발표하는 KDI는 올 5월만 해도 민관을 통틀어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으나 지난 9월 이례적으로 성장 전망을 낮추고 나서부터 비관적으로 돌아섰다.

KDI가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세계 경제 부진으로 수출 둔화세가 이어지고 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의 절상(원화 강세) 속도는 내년에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절상률을 기존의 5%에서 7%로 상향 조정했다. 만약 연말 원화환율이 1080원으로 마감된다면 내년에는 1000원을 위협받게 된다는 것이다. 내년 국제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연평균 100달러로 추산했다.

투자와 소비 등 내수 전망은 올해와 내년 모두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설비 투자는 올해 보합을 보이고 내년 5.3% 늘어날 것으로 봤다. 이전 전망치에선 각각 2.9%포인트, 0.2%포인트 낮췄다. 민간 소비는 올해 1.7%, 내년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 각각 0.2%포인트,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올해 2.2%와 내년 2.3%로, 실업률은 3.3%와 3.2%로 예상했다.

상품 수출(물량 기준)은 올해 3.6%, 내년 6.9%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지난 3분기의 회복세를 반영해 이전 전망치에서 0.9%포인트 상향조정했지만, 내년은 1.6%포인트나 낮췄다. 경상수지 흑자액은 올해 377억달러, 내년은 304억달러로 예상했다. 내년 상품수지는 물량 증가에도 원화값 상승에 따른 단가 하락으로 올해와 유사한 350억달러 내외를 기록하고 서비스수지는 여행수지 적자가 커지며 적자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대외적으론 유로존 위기 확산과 미국의 재정절벽, 대내적으론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경기 부진 심화를 향후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KDI는 "정부가 내년에 추가적인 총지출 확대를 고려하는 등 경기 대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거시 경제가 정상화된 이후에는 재정 건전성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화 정책에 대해선 ”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경기 부진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고 가계 부채 증가세가 둔화돼 금리 인하 부담이 줄어든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금리 인하는 대내외 금리 차를 줄여 급격한 자본 유입도 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