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 등에서 만연해 있는 허위 개인사업자등록증을 악용한 편법적인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일제 점검에 나섰다.
2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은 모든 저축은행에 공문을 보내 9월말 현재 잔액이 남은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대상으로 대출자가 실제 사업을 하는지를 파악해 이달 말까지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점검 대상은 대출 시점의 LTV(담보인정비율·주택가격대비 대출 비율)가 70%(투기지구는 50~60%)를 초과한 대출 중 ▲사업자등록일과 대출취급일이 30일 전후인 경우 ▲대출자 주소와 사업자등록증상 사업장 소재지가 일치하는 경우다.
금감원 관계자는 "개인사업자 대출과 관련한 통계가 없기 때문에 현황을 파악하는 단계"라며 "저축은행 자체 점검결과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를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가 많은 데도 허위 사업자대출이 하나도 없다고 보고할 경우 금감원이 직접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에 아파트 등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준 저축은행은 국세청에 휴폐업 여부를 확인하거나 부가세 신고금액이 없는지 등을 파악해 실제 사업자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금감원은 지난 2009년 1·2금융권의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대출자 소득에 따라 대출 금액을 제한하는 제도) 규제를 강화했다. 집값 하락에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자 가계 채무부담이 늘어 금융시스템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개인사업자 대출은 가계대출이 아니라 기업대출로 분류하면서 LTV나 DTI 규제를 하지 않았고, 그 결과 개인이 허위로 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 심사가 상대적으로 허술한 저축은행에서 집값의 최고 100%까지 대출을 받은 사례가 속출했다. 금융당국의 은행권 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 이후 이러한 편법적인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사업자등록증은 세무서에서 발급하는데, 실제 사업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도 단 10분만에 개인사업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허점을 교묘하게 악용해 대출모집인들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현혹해 허위 개인사업자등록증 발급을 통한 편법적인 대출이 이뤄지도록 부추겨왔다.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6월말 기준 시중은행이 약 16조원, 저축은행이 약 2조원으로 총 18조원 규모다. 개인사업자 대출에 관한 통계는 따로 없지만 금감원이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HK·현대스위스·모아·신라·서울저축은행 등 5개 저축은행만 조사한 결과, 대출 잔액은 6월말 기준 5512억원이었고 평균 LTV는 82.6%에 달했다. 이는 금감원이 위험 수준으로 보는 LTV 60%를 훌쩍 넘긴 것이다.
최근의 집값 하락과 경매 낙찰가율(감정가대비 낙찰가 비율)의 70%초반대 하락 등을 감안할 때 저축은행 개인사업자 대출의 대다수가 '깡통주택'(경매에 집을 넘겨도 빚을 다 갚지 못하는 주택)으로 전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대출이자는 은행 이자의 3배에 달해 대출 부실이 가속화되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개 금융회사가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취급한 개인사업자 주택담보대출 9377억원(4495건) 중 5.77%인 541억원(185건)이 사업 수행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대출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점검 결과 사업자등록증을 허위로 발급받아 대출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용도를 위반한 대출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전액 상환해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허위 사실이 드러나도 한꺼번에 대출금을 상환하면 대출자가 도산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분할 회수 등으로 여파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