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내수 시장의 한계를 이겨내려면 해외에서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세계경제가 극도로 불투명할 때일수록 적극적인 투자와 인재 확보로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임직원에게 틈만 나면 하는 이야기다. 미국·유럽·중국이 동시에 경기 침체 상황에 빠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소극적으로 움츠려 들면 성장은 커녕 수성(守城)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신성장동력 발굴에 회장이 직접 나서

최태원 회장은 지난 5월 말부터 1주일 동안 터키와 태국을 잇따라 방문, 굵직한 사업 계약을 직접 체결하고 현지 주요 협력사와 면담을 가졌다. SK가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 있는 터키에선 재계 서열 4위 그룹인 도우쉬그룹과 통신·에너지 등 신사업 분야에 투자할 1억달러 규모의 사모펀드(PEF)를 결성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인 태국에선 현지 최대 에너지 기업인 PTT그룹의 페일린 추초타원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에너지·운송 등의 사업 분야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이 SK이노베이션이 운영하는 청정 석탄 에너지 연구용 실험 설비를 방문해 설명을 듣고 있다.

최 회장은 올해 상반기에 두 나라 외에 중국·스위스·말레이시아 등 5개국을 방문했다. 해외 출장 기간만 33일에 달했다. SK 관계자는 "최 회장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출장 기간 중 상당수 끼니를 기내식으로 해결하는 등 예전에 비해 훨씬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국내에선 올해 초 인수한 SK하이닉스에 모든 관심을 쏟고 있다. 하이닉스의 실적은 그룹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경영 정상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SK에 인수된 이후 흑자로 전환되면서 성장 궤도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청신호가 켜진 것은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적기에 과감한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SK는 SK하이닉스의 올해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20% 늘어난 4조2000억원으로 잡았다. SK하이닉스는 이 종잣돈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미세공정 생산설비를 갖췄다.

SK하이닉스는 또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첨단 기술력을 보유한 외국 기업과 기술 제휴나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 회장이 대규모 투자 계획과 사업 포트폴리오 등을 직접 챙기면서 하이닉스의 오랜 숙원이 하나둘씩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 극복 위해 대대적 투자·채용 나서

SK그룹은 올해 초 경제 위기 극복과 지속 성장을 위해 각 계열사별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그룹 차원의 공감대와 의지를 반영해 경영 계획을 수립한 뒤 차근차근 집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SK는 올해 연말까지 시설 부문과 연구·개발(R&D) 등에 역대 최대인 19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전체 투자액(9조원)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시설 투자에 약 10조원, R&D에 약 2조원, 자원개발에 2조원 이상을 각각 투자할 방침이다.

SK는 또 하이닉스를 인수한 올해를 글로벌 성장 원년(元年)으로 삼고,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와 함께 사상 최대 규모의 채용을 통한 공격 경영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평소에도 "역량 있는 인재를 선점하는 것은 기업의 중장기 성장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경쟁력에 해당한다"면서, 적극적인 채용을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를 진행 중인 SK는 하이닉스를 포함해 올해 채용 규모를 사상 최대 규모인 7500명으로 늘려 잡고 있다. 지난해 5000명 수준보다 40%가량 증가한 것이다. SK는 "기업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경제 선순환에 기여하기 위해 채용을 크게 늘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