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mall)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최근 대형 유통업체, 부동산개발업체가 앞다퉈 쇼핑몰을 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4일 부산 기장군에 조성 중인 동부산 관광단지에 프리미엄 아웃렛을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충북 청주에 아웃렛 매장을 연 지 불과 닷새 만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내년 부산에, 현대백화점은 내후년 한강 아라뱃길 김포터미널에 각각 프리미엄 아웃렛을 열 계획이다. 쇼핑몰은 매출에서도 호조를 보여 '몰링(malling)족(族)'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복합쇼핑몰에서 쇼핑·놀이·공연을 한꺼번에 즐기는 새로운 소비계층을 이르는 말이다.

올 8월 서울 여의도에 오픈한 IFC몰. 인근 직장인들이 몰리면서 쇼핑 명소로 떠올랐다.

마리오아웃렛은 3관을 오픈한 지난 9월부터 한 달 사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2.9% 성장했다. 이 기간 방문객은 250만명으로, 매출액도 350억원에 달한다. 백화점이 장기불황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복합쇼핑몰이 유통업의 신(新)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인기 치솟는 복합쇼핑몰

백화점이나 제조업체에서 판매하고 남은 재고상품 등을 정상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판매하는 쇼핑몰은 입지와 유형에 따라 '도심형 아웃렛' '교외형 프리미엄'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요즘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이 쇼핑매장 외에도 영화관이나 레스토랑 등 각종 문화·편의시설을 함께 갖춘 복합쇼핑몰이다.

시기적으로 국내 최초의 복합쇼핑몰은 2000년 한무개발이 만든 동양 최대 지하쇼핑몰 'COEX'로 볼 수 있다. 그 뒤 2006년 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용산역을 리모델링해 국내 최초의 역사(驛舍)형 복합쇼핑몰인 '현대아이파크몰'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쇼핑몰 문화가 널리 퍼지지 않아 초반엔 공실률(空室率)이 80%에 달했고, 복합쇼핑몰 개발 움직임도 한동안 뜸했다.

사실상 복합쇼핑몰 전성시대를 연 것은 2009년 서울 영등포에 오픈한 경방 타임스퀘어라는 게 유통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37만㎡ 면적에 호텔·오피스텔·영화관·명품숍·서점 등을 망라한 타임스퀘어는 개점 당시 6개월 만에 52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주말에 평균 30만명 이상이 몰리는 서울 서부권 대표 복합쇼핑몰로 떠오르면서 복합쇼핑몰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일러스트=김현지 기자

작년부터는 서울 신도림 디큐브시티, 경기 김포 롯데몰, 올해 8월엔 서울 여의도 IFC몰 등 복합쇼핑몰이 봇물 터진 듯 생기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 완공을 앞둔 전국의 복합쇼핑몰만 현재 12개에 이른다.

유통업계에선 복합쇼핑몰이 인기를 끄는 이유에 대해 "백화점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예전만큼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비싼 토지비와 도심의 여유 부지 부족, 장기불황 등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같은 기존 유통채널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반면 한정된 부지에 호텔이나 영화관, 관광명소 등을 결합한 복합쇼핑몰은 공간 활용도가 높고 상품 가격도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쇼핑을 단순히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가 아니라 문화활동과 결합한 일종의 '놀이'로 즐기기 시작했다는 점도 복합쇼핑몰 인기를 높이는 요인이다. 숙명여대 서용구(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와 달리 소비자들이 단순히 목적적 소비가 아니라 감성과 가치관을 충족시키는 개성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말에 쇼핑을 할 때도 영화관람 등 다른 활동을 함께하길 바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고, 그런 소비자들의 요구에 안성맞춤인 유통채널이 복합쇼핑몰이라는 것이다.

◇진화하는 복합쇼핑몰

한 장소에서 식사, 놀이, 문화생활 등을 모두 누리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복합쇼핑몰도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복합쇼핑몰 1세대인 아이파크몰은 야외 공간에 이벤트 파크와 풋살(실내에서 하는 5인제 미니 축구경기) 경기장을 만들어 스포츠·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스포테인먼트' 공간으로 만들었다.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한 롯데몰 김포공항은 전체 부지면적 중 60%가 넘는 12만9000㎡를 녹지 공간으로 꾸몄다. 정원과 산책로, 잔디광장, 수변공간 등 6개 테마를 가진 공원으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의 '신세계 센텀시티'는 백화점을 비롯해 아이스링크, 골프연습장, 스파랜드까지 각종 문화·레저시설을 총망라했다.

금융기관이 집중된 서울 여의도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과 20~30대 직장인을 주요 고객으로 잡은 IFC몰은 영국의 세계적인 건축설계회사 베노이가 디자인한 17m 높이의 거대한 유리구조물 '글라스 파빌리온(pavilion·부속건물)'으로 내부 디자인에서 차별화를 꾀했다.

서용구 교수는 "한계에 부딪힌 기존 유통채널 대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공급자의 노력과 몰링(malling) 소비 트렌드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복합쇼핑몰 인기가 한동안 지속되고 형태도 다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몰링족(Malling 族)

대형 복합쇼핑몰에서 쇼핑·놀이·공연·교육 등을 원스톱(one-stop)으로 해결하는 새로운 소비계층. 몰워커(mall walker)라고 한다. 쇼핑이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하나의 즐거운 행위로 여기면서 몰링족이 확산되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