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 때문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미국의 셰일가스를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먼저 도입하게 된 것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덕분인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미국이 FTA 체결국에는 별도 승인없이 자원을 수출하는 반면 일반 국가에는 까다로운 승인 심사 절차를 두고 있어 우리나라가 한미 FTA의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8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1월 한국가스공사가 미국 사빈 패스(Sabine Pass)로부터 2017년~2036년 연 350만톤에 달하는 셰일가스 구매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FTA 체결국을 제외하고 셰일가스 구매 계약을 체결한 곳은 영국과 인도 등 미국이 전략적으로 중요시하는 일부 국가들 뿐이었다.
다른 자원부국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천연자원 수출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제한을 두고 있다. 미국은 천연자원을 해외에 수출하려면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의 공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입증해야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지난해 3월 원전사태 이후 미국 셰일가스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이런 규정에 걸려 셰일가스를 구매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수출 신청을 하면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바로 허가가 떨어진다. 최근 진행된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 프로젝트에서도 미국과 FTA를 체결한 10개 정도의 국가들은 구매계약을 체결했지만 FTA 미체결국들은 수출 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 협상을 할 때는 그런 규정이 있는 줄도 몰랐고 크게 관심을 두지도 않았는데 생각지도 않게 한미 FTA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 셰일가스의 국내 도입가격은 아시아 천연가스를 도입하는 것에 비해 25% 정도 저렴하다. 우리나라가 도입하고 있는 아시아 천연가스의 장기계약 LNG 가격은 1MMBtu(약 25만㎉의 열량을 내는 가스량) 당 15~20달러 수준이다. 이 가격은 1배럴당 국제유가의 15%로 결정된다. 한편 미국산 셰일가스 장기계약 가격은 1MMBtu당 4.3~7.4달러이며 액화비용(3~4달러), 해상수송비(2.5~3.5달러) 등을 더한 국내 도입가격은 11~15달러 수준이다. 과거에는 매장량이 많아도 기술력이 부족해 생산비용이 많이 들었지만 최근 수평정시추, 수압파쇄법 등 기술이 개발되면서 생산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91%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 셰일가스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LNG 도입량의 7~10% 정도에 해당하는 350만톤을 셰일가스로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앞으로 추가 계약을 통해 LNG 수입물량 중 셰일가스 비중을 2020년까지 20%로 높일 계획이다. 지식경제부는 지난달 초 '셰일가스 선제적 대응을 위한 종합전략'을 발표하고 "국내 LNG 물량 가운데 저렴한 북미산 셰일가스 비중을 2017년 7%, 2020년 20%로 확대해 국내 가스가격을 평균 5% 낮추겠다"고 밝혔다.
재정부는 이같이 셰일가스에 대한 한미 FTA 효과에 고무돼 한중 FTA에서도 희토류에 대해 비슷한 내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계획이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연 3만톤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25%의 수출세를 부과하고 있다. 재정부는 한중 FTA 협상에서 FTA 체결국에 대해서는 수출세를 면제 또는 완화해 달라는 내용을 의제로 올릴 계획이다.
한중 FTA는 지난 30~1일 4차 실무 협상을 진행으며 아직은 협상 타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일정 기간 유예되는 민감 품목 선정 및 비중에 대해 여전히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리 측은 FTA가 체결되면 대규모 피해가 우려되는 국내 농수산 분야 품목을, 중국 측은 자동차 등 제조업 분야 품목을 최대한 민감 품목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국은 이번 4차 협상에서 상품분야 비관세 장벽과 무역구제에 대한 논의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셰일가스란
셰일가스란 모래와 진흙이 쌓여 굳은 지하 퇴적암층인 셰일층에 함유된 가스다. 모래와 화학 첨가물을 섞은 물을 시추관을 통해 지하 2~4km 밑의 바위에 분사해 바위 속에 갇혀 있던 천연가스가 바위 틈새로 모이면 장비를 이용해 이를 뽑아낸다. 현재 확인된 매장량은 187조5000억㎥로 전 세계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입력 2012.11.08.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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