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년 2개월만에 1090원선 밑으로 떨어졌다. 앞으로도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 재정절벽, 유로존 재정위기 재부각 등 해외 이슈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환율이 올해 들어 5% 이상 하락(원화 강세)한 것에 대해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환율 추가 하락 가능성 높다…재정절벽 등이 변수

7일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양적완화 지속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화 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5.3원 내린 1085.4원에 장을 마쳤다.(원화 가치 상승)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080원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9월 9일 1077.3원 이후 처음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환율이 달러당 1100원선 아래로 떨어졌지만 원화가치가 여전히 저평가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환율이 단기적으로는 현재 수준을 중심으로 등락하는 흐름을 나타내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원화가치 저평가,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우호적인 국내외 경제여건 등으로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전반적으로 환율이 하락하는 추세지만 몇 가지 잠복된 불안 요인들이 현실화될 경우 상승으로 반전할 수도 있다. 미국 재정절벽(급격한 재정지출 축소)에 대한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타결 가능성이 낮아질 경우 경기침체, 금융시장 불안 등으로 이어지면서 달러화 강세, 원화 약세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지금은 유로존 재정위기가 소강상태지만 당장 그리스 긴축안이 의회에서 부결되거나 스페인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신청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도 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재정절벽 이슈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한 당분간 환율 하락 흐름이 이어지겠지만 정부 개입 가능성 등 눈치보기 분위기가 있어 오늘처럼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1080원선이 깨지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정부, 외국인 자금 유입 관련 조치 취할 가능성 높아"

정부는 최근 환율 하락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원화강세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지금 우려되는 부분은 환율 수준(level)이 아니고 변동성"이라며 "그런 점에서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환율하락 속도를 완화하기 위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외화 자금 유입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 장관은 지난달 말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조치를 시행할 가능성은 당분간 없다"고 했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믿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박 장관이 최근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선진국들의 양적완화가 신흥국들의 외환 변동성을 크게 한다고 문제제기 한 것도 자본 유출입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명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 선물환포지션 규제, 외화건전성 부담금, 외국인 채권투자과세 등 현행 자본 유출입 규제 3종 세트를 강화하거나 필요하면 추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고 정부도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