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A 투자은행은 서울 지점을 글로벌과 통폐합한다는 명목으로 얼마 전에 근속한 지 10년이 넘은 총무팀 직원들을 1년 계약직으로 전환 발령했다니까요. 하루아침에 비정규직으로 쫓겨나는 신세가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은행권이 감원 공포로 술렁이고 있습니다. '칼바람'은 외국계은행부터 시작됐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은 이르면 이달 말 근속기간 만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습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글로벌 씨티은행의 상황이 나빠도 한국씨티은행은 실적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괜찮았는데, 올해는 실적이 나빠 (명예퇴직을)막을 방법이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4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9% 급감했습니다.
한국씨티은행의 구조조정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시중은행의 직원들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씨티은행 만큼은 아니지만 국내 은행의 3분기 실적도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한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29% 줄었고, 국민은행의 경우 31.7% 감소했습니다. 우리은행은 7.41% 줄었구요.
앞서 신한은행에서는 올해 1월 희망퇴직을 통해 236명이 퇴직했고 지난해 12월에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전체 직원의 16%에 해당하는 850여명이 희망퇴직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농협에서는 520여명이 퇴직했고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해 9월 378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습니다.
문제는 내년입니다. 올해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은행원들은 추가 구조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기준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데다 금융소비자 보호 확대로 예대마진으로 벌어들일 수익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은행이 연말을 고비로 어떤 형태로든 인력 구조 조정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업계가 포화상태인데다 수익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회사는 직원을 줄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은행원들이 이처럼 실적 악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학습효과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3년 신용카드 대란 때 국민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카드 사업을 했던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 명목으로 200~500명을 구조조정했습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퇴직한 선배 중에 잘된 사람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면서 "요즘은 경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 사업해서 망하기 십상이라는데, 회사에 최대한 붙어 있자고 매일 다짐한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입력 2012.11.05. 10:31 | 업데이트 2021.04.1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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