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소년 합창단 500여년 역사상 첫 한국인 지휘자가 탄생했다.
합창 지휘자 김보미(34)씨가 최근 이 합창단의 모차르트반 상임 지휘자로 임명됐다고 합창단 측이 4일 밝혔다. 한국인으로서는 물론 아시아 출신 중에서도 처음이며 이 합창단의 첫 여성 지휘자이기도 하다. 김씨는 연세대 교회음악과와 독일 레겐스부르크 음대에서 수학한 뒤 현재 빈 국립음대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빈 소년 합창단은 1498년 창단됐으며 작곡가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유년 시절 활동했던 합창단으로 유명하다. 지금도 하이든반·모차르트반·브루크너반·슈베르트반으로 나뉘어 전 세계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와 빈 국립 오페라극장의 공연에도 출연한다. 지난 2일에는 이 합창단의 브루크너반이 내한 공연을 가졌다. 김씨는 지난 9월 오스트리아 빈의 명문 음악당인 무지크페라인에서 이 소년 합창단을 이끌고 상임 지휘자 취임 후 첫 연주회를 가졌다.
김씨는 4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8월 합창단의 지휘자에 응모할 때에도 동양인이나 여성에 대한 장벽이 있는지 합창단에 문의했다. 하지만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것을 보면 그런 장벽은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김씨는 "빈 소년 합창단 상임 지휘자는 피아노·합창·지휘 같은 음악적 실력 못지않게 남자 아이들 25명을 언제 어디서든 이끌고 나갈 수 있는 통솔력이 중요한 자리"라며 "성가대에서 지휘와 반주를 할 때부터 단체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아이들 통솔은 자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9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고, 11세 때부터 서울 이문동 성당에서 합창단원과 피아노 반주자로 활동했다. 16세부터는 이 성가대의 합창 지휘자로도 활동했다.
김씨는 "빈 소년 합창단 단원들은 평소에는 '남자 친구 있어요?'라고 짓궂게 물으면서 장난을 치다가도 막상 무대에 서면 여느 전문 합창단 못지않은 실력과 진지함을 보여줘서 항상 놀란다"고 말했다.
김씨는 2010년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쇤베르크 합창단의 지휘 작업을 맡기도 했으며 내년 빈 소년 합창단 모차르트반을 이끌고 아시아 순회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하루빨리 아이들과 함께 고국을 찾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