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도 끝내 무용지물이었다. 2009년에 이어 지난해부터 시작된 두 번째 워크아웃이 진행중이던 중견 건설업체 신일건업이 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말부터 채권단에 200억원대의 신규 자금지원을 요청했지만 채권단이 거부하면서 만기가 도래한 25억원의 어음결제를 막지 못하면서 회사가 꺼내 든 마지막 카드인 것이다.

신일건업이 두 차례나 워크아웃을 겪으면서 끝내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된 원인은 아파트와 지식산업센터(옛 아파트형 공장)의 미분양이 계속되면서 자금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채권단도 추가 자금을 지원할 여력이 충분치 않았다. 신일건업의 채권단은 시중은행 6곳을 제외하곤 30여곳의 저축은행들로 구성됐다. 퇴출과 구조조정 압박이 높아진 저축은행으로서도 추가 자금 지원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던 셈.

구조조정을 통해 서울 청담동 토지와 건물을 725억원에 매각하며 유동성 확보에도 나섰지만 기존 대출금 상환에 쓰이면서 자금난을 해소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무엇보다 오너 경영인의 잘못된 사업 판단이 회사 부실의 단초가 됐다는 지적이다.

한때 기업어음 신용등급평가 ‘A3’(한국기업평가)를 받던 기업이 법정관리 신세로 처하는 쇠락을 겪게 된 것은 창업주인 홍승극 대표이사 명예회장의 장남인 홍범식 전 신일건업 회장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며 불거지기 시작했다.

홍범식 전 회장은 주택 사업을 확장하고 골프장 등 레저사업에 손을 대면서 회사 몸집을 키우려 했지만, 그의 계획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곧바로 주택경기가 위축되면서 대전과 경기 남양주 등지에서 벌였던 대규모 사업지에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했고 회사는 2009년 4월 첫번째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신일건업은 홍승극 명예회장이 70억원의 사재 출연을 하며 한 달 만인 같은 해 5월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하며 회생의 불씨를 살렸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아들인 홍범식 전 회장이 골프장 인수 과정에서 서류를 변조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회생의 기회도 물거품이 됐다.

결국 회사 존속의 근간이던 정부공사도 거의 따내지 못하게 됐고, 골프장과 레저사업에서도 손을 떼야만 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신일은 결국 지난해 다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경영사정이 나빠지면서 협력업체에 공사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일이 수시로 발생해 하도급법 위반으로 10차례나 시정명령을 받고 고발 조치가 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하도급법 위반으로는 가장 많은 31억1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고 회사와 홍승극 대표이사 명예회장도 각각 형사고발 조치를 당하는 불명예까지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