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 우려로 소비 흐름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명품 등 고가품은 면세점이나 아웃렛에서 싸게 구입하고, 그 이외의 상품은 더 저렴한 것을 찾아 필요한 만큼만 사는 사람들이 늘었다. 주가도 이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백화점·마트 지고 편의점·홈쇼핑 뜨고

최근 백화점 업체들의 주가는 추풍낙엽 신세를 면치 못했다. 신세계는 이달에만 9.5% 내렸고, 현대백화점은 14.4% 하락했다.

백화점보다는 덜 하지만 대형마트 업체 주가도 경기 불황과 영업일 규제로 타격을 받았다. 대형마트 업체인 이마트 주가는 이달 들어 1.0% 떨어졌다.

위축된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내수 소비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인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 9월까지 넉 달 연속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했다.

소비자들의 줄어든 씀씀이는 편의점과 일부 홈쇼핑 업체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GS리테일은 이달 1일부터 지난 26일까지 주가가 13.1% 올랐다. 29일에는 차익매물이 나오면서 4.1% 내린 3만2750원을 기록했다.

손윤경 애널리스트는 "많은 양을 한꺼번에 구매하기보다는 필요한 양을 필요할 때 구매하는 소규모 소비가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GS홈쇼핑의 선전도 돋보인다. GS홈쇼핑의 주가는 10월 한 달 동안 25.1% 올랐다. 판매단가가 비싼 보험·가전제품 비중을 줄이고 불황에 강하고 수익성이 좋은 렌털·의류 사업에 집중한 것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됐다.

같은 기간 현대홈쇼핑은 5.0%, CJ오쇼핑이 1.3% 상승했다.

온라인 쇼핑몰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인터파크는 주력 사업인 온라인 쇼핑몰 실적이 호조를 보인 덕분에 이달 들어 주가가 17.6% 뛰었다.

막걸리주(株) 쓴잔…소주는 잘나가

불황에는 맥주보다 싼 소주·막걸리가 잘 팔린다는 것이 식품업계의 통설이다. 그런데 불황이 길어지면서 소주 관련주와 막걸리주의 희비가 엇갈렸다. 좀 더 저렴한 술을 찾는 소비자의 입맛 때문이다.

대표 막걸리주인 국순당의 주가는 3분기 적자전환 여파로 지난 26일 12.6% 하락했고, 29일에는 8.3% 내렸다.

국순당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막걸리 수출량 감소다. 올 들어 9월까지 일본에 수출된 막걸리 양은 총 2만1743t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8.6% 줄었다. 경기 불황으로 고급화 전략이 잘 먹히지 않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반면 국내 소주업체들의 주가는 꾸준한 오름세다. '참이슬'의 하이트진로 주가는 10월에만 24.4% 뛰었다.

저가 화장품주 강세

'립스틱 효과'가 나타나면서 화장품업체들의 주가가 승승장구 중이다.

경제가 부진해 소비가 줄면 여성들이 비싼 옷이나 액세서리를 사는 대신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화장으로 미적 욕구를 채우려고 하기 때문에 화장품 매출은 오히려 늘어난다. 이를 '립스틱 효과'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도 저가 화장품에 집중한 업체들의 주가 상승률이 더 높다. 화장품 OEM(주문자생산방식) 업체 코스맥스는 이달에만 17.7% 올랐다. OEM는 저가 화장품 브랜드를 포함해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한다. 같은 기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6.1%, LG생활건강은 4.3% 올랐다.

최근 값비싼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서, 이 자리를 중저가 브랜드가 대체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