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 준비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된 소형위성발사체 나로호(KSLV-I)의 재발사는 빨라야 내달 5일 이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나로호는 당초 발사 준비에 차질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발사예비일을 이달 26일부터 31일까지로 설정했었다. 그러나 26일 발사 준비과정에서 파손된 상태로 발견된 1단 액체로켓의 헬륨가스 공급부의 실(seal·가스누출을 막는 고무링)의 손상 원인을 찾는데 최소 5일 가량 걸릴 것으로 보여 발사일정을 다시 잡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로호 발사를 총괄하는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28일 "한국과 러시아 기술진이 27일 한·러 비행시험위원회를 열어 연료공급라인의 연결포트(CD-2) 내 헬륨가스 공급부의 고무링이 파손된 원인을 검토했으나 파손 원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한국과 러시아에서 각각 추가 분석을 수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 단장은 "27일 한·러 기술진의 정밀점검 결과 파손된 고무링을 가운데 두고 양쪽 접촉면 사이에 틈이 벌어진 현상을 발견했다"며 "고무링이 파손으로 인한 현상인지, 틈이 먼저 발생해 고무링이 파손된 것인지 선후관계를 파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항우연과 러시아 기술진측은 고무링이 결함이 있어 고압에 파손되면서 벌어진 것인지, 연결부에 원인 모를 외력이 가해져 틈이 벌어지면서 고무링이 압력을 이기지 못해 파손된 것인지 아직까지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측은 자신들이 제작한 이 고무링의 파손 원인을 아직까지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항우연측도 발사를 앞두고 종합조립동에서 실시한 모의실험에서는 나로호가 눕혀진 상태였지만 이번엔 나로호가 기립된 상태에서 헬륨가스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외부힘을 받을 수 있다는 러시아측의 문제 제기를 반영해 고압에 의한 단순 파손이 아닐 가능도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조사에 나섰다.

양측은 파손된 고무링이 결함이 있는지 확인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연결부에 외력이 발생한 원인을 찾는 작업을 한국과 러시아에서 병행하기로 했다.

러시아측은 29일 오전 중 파손된 고무링을 항공편을 통해 러시아로 옮긴 뒤 정밀 검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러시아측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소 5일은 걸릴 것이라고 한국측에 양해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러 기술진은 또 나로우주센터에서 파손된 고무링을 새 부품으로 교체한 뒤 추가적인 압력실험을 실시하는 한편 틈이 벌어진 또 다른 원인이 있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나로호는 26일 발사 5시간 30분을 남기고 나로호 1단 발사체를 제어하는 헬륨가스 탱크의 압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견돼 발사가 연기됐다. 나로호는 현재 저녁 종합조립동으로 옮겨진 뒤 27일부터 오전부터 부품 교체와 정밀 점검에 들어간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당초 26일을 발사일로 발표하면서 당일의 기상 조건에 따라 발사가 연기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비일을 31일까지로 잡아놨다.

그러나 고무링 자체의 결함과 함께 파손 원인을 찾는데 최소 1주일 가량이 걸릴 것으로 보여 예비일 내 발사는 힘들게 됐다.

교과부는 일단 이달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교과부와 항우연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나로호 3차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한·러 비행시험위원회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나로호 발사의 잠정 연기를 확정할 방침이다.

러시아측의 정밀 분석 결과가 5일 가량 걸리고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재발사 통보를 하는데 최소 5일이 걸리는 점, 발사 준비에 최소 3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달 7~8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나로호 발사관리위원회내에 결함 원인을 충분히 검토한 뒤 발사하자는 신중론이 힘을 얻고 있어 러시아측이 고무링이 파손된 원인을 규명한 뒤에도 발사 일정을 잡는데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나로호 발사 주무부처인 교과부 노경원 전략기술개발관은 이날 발사 일정이 11월 중순까지 연기될 것이란 일부 보도에 대해 "정부 내에서 발사일정이 결정된 바 없으며 파손 원인을 찾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11월 둘째주(4~10일) 사이에 발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한 뒤 발사관리위원회에서 새 발사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