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순매도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은 지난 8~9월 10조원 가까이 순매수했으나, 이달에는 3개월 만에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익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들어 26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1조7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 8월에는 6조6080억원, 9월에는 3조68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난달 13일(현지시각) 3차 양적 완화(중앙은행이 채권 등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시중에 자금을 푸는 것) 정책을 발표한 이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수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으나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들이 환차익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1.2원 내린 1097.0원으로 마감, 이틀 연속 1100원을 밑돌았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10월 들어서만 1.3%가량 올랐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한국 관련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인 GEM(글로벌 이머징 마켓) 펀드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형 펀드로 4주 연속 자금이 동반 유입됐고 이 중 한국 배분액도 6주 연속 늘었다. 이 연구원은 “펀드 자금 유입과 별도로 외국인이 이달 국내 주식을 1조원 이상 순매도한 것은 원화 강세로 환차익을 얻으려는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원화 가치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국내 증시로 들어오는 외국인 자금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1100원 아래에서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이 많이 나오는 만큼, 현재 환율 수준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환차익을 내기 위해 주식 매도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른 통화 대비 달러화가 급격히 약세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1100원 부근에서 등락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원화 환율이 크게 내려갈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외국인이 1조원 넘는 주식을 순매도한 가운데, 가장 많이 판 업종은 게임ㆍ음식료ㆍ통신 등 내수 업종이었다.

외국인은 게임주인 NHN(181710)을 582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가장 많이 팔았고 또 다른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036570)도 77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음식료주인 농심(004370)과 하이트진로도 외국인의 순매도 종목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외국인은 연말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통신 3사(케이티, SK텔레콤(017670), LG유플러스(032640))도 모두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이달 경기민감주로 꼽히는 IT주를 순매도한 것도 눈에 띈다. 외국인은 이달 LG전자(066570)삼성전자(005930)를 각각 2550억원, 180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NHN에 이어 가장 많이 팔았다. 외국인의 이달 순매수 상위 종목 중 IT주는 하나도 없었다.

강봉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수급상으로 봤을 때 외국인은 내수주를 매도하고 자동차 업종과 에너지 업종 등 일부 경기민감주를 매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