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연중 최저치(원화 강세)를 기록하면서 가뜩이나 불황에 직면한 국내 수출 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우리나라와 수출 경쟁을 벌이는 중국 위안화와 일본 엔화도 동반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당장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향후 한·중·일 3국 환율 추이에 따라 수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 환율 10% 오르면, 수출 0.54%포인트 감소

22일 원·달러 환율은 1105.80(오전 10시)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1년 내 최고치를 기록한 5월 24일(1184원)보다 6.6% 하락한 수준이다. 환율이 하락하면(원화가 강세면) 해외에서 우리나라 제품이 비싸지기 때문에 수출에 불리하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원화가 약세면)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환율이 10% 하락할 때 수출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0.54%포인트, 0.7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하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부문은 수출 비중이 큰 IT와 자동차다. 9월 우리나라 IT 수출액은 140억달러로 같은 달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30%에 달한다. 자동차 역시 9월 한달간 35억달러어치 수출돼 수출 비중이 7%를 넘었다.

나덕승 대신증권 연구원은 “IT 업종의 경우 내수보다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입대비 수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단기간의 환율 강세는 이익 규모를 축소하는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원달러 환율 하락이 당장 국내 수출 업체에 악영향을 초래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우리나라와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과 일본 역시 자국 화폐 가치가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기준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6.25위안으로, 7월 14일 6.39위안 대비 2.1% 가량 빠졌다. 엔화 역시 1달러당 79.34엔(21일 기준)으로 환율이 치솟았던 3월 21일(83.86엔)에 비하면 5.3% 가량 떨어졌다.

정대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의 환율하락은 미국의 양적완화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원인”이라며 “원화 환율만 내려가는 ‘나홀로 하락’이 아니라면 수출에 직격탄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 물가 안정에는 호재

환율 하락이 장기적으로 국내 물가 안정에는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수입액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자재를 더 싸게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원유는 우리나라가 매월 90억달러어치 이상 들여오는 주요 원자재다.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 유가가 하락하지 않아도 같은 양의 원유를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다.

원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항공산업과 정유·화학의 경우, 환율 하락이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국내 휘발유 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국제 유가와 환율”이라며 “환율이 내려가면 장기적으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