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인천 송도 유치를 확정한 20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 아이타워 인근 공원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다음 달 2일 송도에서 오피스텔 분양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유엔 녹색기후기금(GCF) 호재가 터져서 일대 시장 분위기가 난리도 아닙니다. 인근 미분양 아파트도 하루 만에 20건이 계약됐고, 가계약도 50건이 넘었습니다." (대우건설 분양 관계자)

'무늬만 국제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인천 송도신도시에 GCF 사무국이 들어서기로 결정됨에 따라 송도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GCF는 국제통화기금(IMF)에 버금가는 위상과 높은 수준의 자금운용력을 지닌데다 사무국이 들어서면 각종 국제회의 및 행사, 글로벌 기업의 투자 등으로 송도가 국제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기 때문이다.

실제 GCF 유치가 확정된 20일 이후 일대 미분양 아파트 및 오피스텔 물량은 빠르게 소진되는 분위기다. 문의 전화는 물론 실제 계약도 이뤄지고 있다.

대우건설 현지 분양 관계자는 "GCF 유치 확정 소식이 있은 후 '송도 아트윈 푸르지오'는 당일 20건이 계약됐고 가계약 상태였던 20건 가량도 모두 월요일 본계약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평소 하루 10건도 오지 않던 문의전화가 20일에는 문의전화가 150통, 오늘도 100통 넘게 걸려 오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 송도 분양 관계자도 "미분양이 많아 걱정이었는데 GCF 사무국 유치가 확정되자 문의전화는 물론 이틀 만에 계약된 물량도 상당하다"며 "세계적인 기관이 송도에 들어서는 만큼 정부가 송도에 신경을 많이 쓸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동산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미분양뿐 아니라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1000만원 단위로 가격을 깎아 내놓던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였고, 이미 계약 상태인 집들은 잔금 납부를 서두르는 분위기다.

송도 풍림아이원 인근 웰컴부동산 중개업소 김남용 대표는 "한마디로 난리가 났다"며 "전체 매물의 70%는 이미 집주인들이 싹 걷어갔고, 20%는 계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송도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에 사람이 몰려들어 남은 10% 매물을 가지고 중개업소마다 각축전을 벌이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다만 갑작스런 호재에 투기성 자본이 몰려들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팀장은 "이번 호재가 전국에서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인천 부동산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투기 자본이 너무 급격하게 몰리면 차후 급락 위험성이 도사릴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송도에 대형 호재가 터진만큼 청라·영종·인천 연수구 등 주변 지역으로도 적잖은 온기가 전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