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일한 직장을 떠나면서 받는 퇴직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시에 목돈으로 받아 사업자금으로 쓸까 했다가도 혹시 잘못되면 노후는 어떻게 하나 겁이 나고, 그나마 안정적인 연금으로 수령하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712만명에 이르는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가 정년퇴직을 하기 시작하면서 퇴직금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05년 12월부터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퇴직금을 한꺼번에 목돈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연금으로도 받을 수 있게 됐다. 근로자가 퇴직금을 일시에 받을 때와 연금으로 받을 때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차근차근 알아보도록 하자.

◇퇴직소득세와 연금소득세 차이 고려를

퇴직금은 목돈으로 한꺼번에 받는 게 좋을까, 아니면 연금으로 받는 게 좋을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뭐가 좋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당장 세금만 놓고 비교해 보면, 퇴직금이 그리 많지 않을 땐 일시에 받기보다는 연금으로 받는 게 세금 부담이 적다. 예를 들어 한 직장에서 10년간 근무한 사람이 퇴직하면서 1억원을 퇴직금으로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이 사람이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할 때 납부해야 할 세금은 약 336만원 정도 된다. 하지만 1억원을 15년간 나눠 연금으로 받으면 연금수령기간 납부한 세금을 모두 합쳐도 198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퇴직금 규모가 커지면 오히려 연금으로 받는 게 불리해진다. 앞의 사례와 같은 조건에서 이 사람이 퇴직금으로 2억원을 받는다고 가정해 보자. 만약 이 돈을 일시에 받으면 퇴직소득세로 696만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15년간 연금으로 수령하면 총 납부해야 할 연금소득세를 모두 합치면 881만원이나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계산해 보면, 근로 기간이 10년인 경우 퇴직금이 1억4000만원이 될 때까지는 연금으로 수령하는 세금 부담이 적고, 이보다 퇴직금이 많으면 한꺼번에 받는 게 유리하다.

퇴직소득세는 근속기간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똑같이 1억원을 퇴직금으로 받더라도 해당 직장에 10년간 근무한 사람은 퇴직소득세로 336만원을 납부해야 하지만, 20년간 근무한 사람은 288만원만 세금으로 내면 된다. 이는 퇴직소득세를 계산할 때 근속연수에 따라 더 많은 금액을 공제해 주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연금수령기간이나 연금 이외 다른 소득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서도 부담해야 할 세금이 달라지기 때문에 꼼꼼히 비교해 봐야 한다.

◇연금으로 수령하려면 IRP를 활용하라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기로 마음먹었다면 IRP(개인형 퇴직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IRP는 현재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면 어디서든 가입할 수 있다. 이미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 직장에서 일하던 사람은 퇴직금이 IRP로 자동 이전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목돈이 필요한 사람은 언제든지 찾아 쓸 수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는 퇴직할 때 퇴직소득세를 원천징수 하고 남은 돈을 일시에 받는다. 이때 퇴직자가 퇴직금 중 80% 이상을 퇴직일로부터 60일 이내에 IRP에 입금하면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퇴직자들은 IRP를 통해 퇴직금을 펀드와 같은 실적배당상품이나 예금이나 저축보험과 같은 원리금보장상품 등에 투자할 수 있다. 이때 실적배당상품은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과 동일하게 주식 등 위험자산에 40%까지만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또한 퇴직연금 전용상품이므로 일반 펀드에 비해 수수료 부담도 적다. 연금수령을 원하는 사람은 즉시연금이나 퇴직연금 전용 월지급식펀드를 선택하면 된다. 연금수령은 55세 이후부터 가능하다.

◇일시 수령한 퇴직금은 월 지급식 상품에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한 다음 일부는 필요한 곳에 쓰더라도, 쓰고 남은 돈은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퇴직금을 별다른 위험 없이 안전하게 운용하면서 연금을 수령하고 싶다면 즉시연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즉시연금은 목돈을 맡겨둔 후 다음 달부터 바로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데, 연금수령 방법으로 '종신형'을 선택하면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올해 안에 가입하면 이자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