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또 한 차례 공산품 식료품 가격 인상 이뤄질 듯

중소 IT 기업에 다니는 홍정훈(가명·37)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왔다 찾은 대형마트에서 지나치게 오른 식료품 가격 때문에 깜짝 놀랐다.

홍씨는 “식료품 가격이 올랐다는 사실을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오른 지는 전혀 예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식재료,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맥주를 골랐지만 가벼운 산보차림에 현찰 5만원을 들고 집을 나섰던 터라 결국 사려던 물건의 종류와 개수를 줄여 마트를 나왔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에서부터 어른들을 위한 기호품 맥주까지 먹을거리 공산품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서민들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지고 있다.

특히 올해 가뭄과 폭우 등의 기상악화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공산품 먹을거리의 원재료 가격이 크게 상승했고 이 가격이 11월부터 공산품 가격에 반영될 경우 가격이 인상되는 제품의 종류와 그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주홍 녹색소비자 시민연대 국장은 "정권말기 물가당국이 힘이 빠진 시기를 틈타 식품업체들이 마구잡이로 가격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과업계 1위인 롯데제과는 카스타드, 마가렛트, 아트라스, 크런키볼, 찰떡파이, 몽쉘, 빈츠 등 11개 제품의 출고가격을 이달 중 2.9%에서 최대 20%까지 인상한다. 또 쌀로별, 엄마손파이, 드림카카오 3개 제품은 중량을 줄여 중량당 가격을 올린다.

해태, 오리온, 농심, 크라운 등 과자업계가 지난 8월부터 가격을 줄줄이 인상한 데 이어 업계 1위 기업인 롯데제과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농심은 '국민간식'으로 불리는 새우깡을 11.1%( 권장소비자가격 기준) 올렸고, 초코파이는 25%(출고가 기준)나 인상했다.

아이스크림, 밀가루 업계도 가격 인상에 앞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다. SPC그룹의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이달 말 제품 가격을 10%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여름 가뭄으로 가격이 급등한 밀과 대두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공산품 먹거리 원가에 반영되는 11월이면 추가적인 가격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분 등은 이미 밀가루 가격을 인상을 위한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참치 제품도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동원F&B와 오뚜기 등 참치캔 업계에서 줄줄이 가격을 인상하자 사조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동원F&B는 참치 제품 9개 종류에 대해 평균 7.6% 인상을 확정했고, 오뚜기도 참치캔 가격을 3.1% 올렸다. 참치사조는 참치캔 공급가를 9% 인상했다.

맥주와 음료수 가격도 이미 올랐다. 오비맥주는 성수기인 8월말부터 카스, OB골든라거,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5.89% 인상했다. 또 하이트, 맥스 등을 생산하는 하이트진로는 같은 달 맥주 공장 출고가격을 5.93% 올렸다.

국내 맥주 가격이 인상되면서 수입 맥주 가격도 오르고 있다. 이미 아사히맥주 슈퍼 드라이 3종과 죽센 1종의 가격이 27일부터 4~7%가량 올랐다.

이에 따라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슈퍼 드라이(500㎖)’와 프리미엄 ‘죽센(350㎖)’은 3700원에서 3900원으로 200원 인상됐다. 또 유흥주점에서 판매되는 슈퍼 드라이 750㎖는 1만4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2ℓ는 5만2000원에서 5만4000원으로 상승했다.

또 서민이 주로 마시는 소주 가격도 인상이 코앞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을 비롯해 무학소주 등 소주제조업체는 주정값 인상에 따라 소주값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와 관련, 소주업체들에 주정(에탄올)을 판매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이미 지난 8월 주정값을 드럼(200ℓ)당 34만2729원에서 36만1956원으로 5.6%(부가세 포함) 올렸다.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 등 음료 제품의 공급가격을 5~9% 인상한다고 16일 밝혔다. LG생활건강에서 제조하는 전체 243개 제품 중 16%에 해당하는 41개 제품이 대상이다.

음료수 가격도 인상이 시작됐다. 코카콜라(250㎖) 캔 제품은 33원, 스프라이트(250㎖)는 40원, 조지아 오리지날(240㎖)은 20원, 파워 에이드(355㎖)는 42원씩 각각 인상된다. PET 제품 환타(600㎖)도 가격이 83원 올랐다.

공산품 식음료 제조업체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아 물가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따라 물가 인상을 자제하던 기업들이 원재료 상승을 견디지 못해 이미 가격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