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과 경영개선협약(MOU)을 맺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매각한 37개 저축은행(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제외) 중 10개 안팎의 저축은행이 MOU 내용을 지키지 못해 연말까지 이 PF 채권을 다시 매입할 상황에 놓였다. 저축은행이 각각 수십억~수백억원 규모의 부실 PF 채권을 되살 경우 이 금액의 절반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해 건전성은 더 나빠질 전망이다.

1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조9000억원 규모의 45개 저축은행 부실 PF 채권을 캠코가 1조4000억원에 매입하도록 하고, 금감원은 이들 저축은행과 MOU를 맺어 2011 회계연도 말 BIS 비율이 6%를 넘지 못하면 결산 공시일 이후 3개월 내에 환매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93개 저축은행이 발표한 결산 공시 결과 MOU를 체결했던 저축은행 중 Y저축은행, S저축은행 등 10개 안팎의 저축은행이 BIS 비율 6%를 넘지 못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F 채권 환매가 유예되지 않고 연말까지 증자를 못 해 BIS 비율 6%를 못 맞추면 저축은행은 PF 채권을 되사야 한다”며 “이 경우 해당 저축은행은 충당금을 일시에 적립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캠코에 매각한 부실 PF 채권 규모는 한 저축은행당 약 311억원이다. 이를 되살 경우 저축은행은 약 절반 정도를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BIS 비율 6% 미만인 저축은행은 지난 회계연도에 평균 66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충당금까지 적립하면 경영난이 더 악화할 전망이다.

MOU를 체결했는데도 BIS 비율이 6%를 밑돈 곳은 부실 PF 채권을 되사지 않기 위해 현재 대주주 증자 등을 추진하고 있다. 6월말 기준 BIS 비율이 6% 미만인 저축은행 중 유상증자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곳은 골든브릿지·신라·더블유(W)·삼일·유니온·세종 등이다. 유니온은 6월말 BIS 비율이 -2.03%였지만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73억원 늘려 6.53%로 끌어올렸다. 더블유도 6월말 BIS 비율은 -0.4%지만 지난달 실시한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반영하면 6.6%로 높아진다.

금융당국은 부실 PF 채권을 환매할 경우 저축은행의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해 채권 환매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저축은행과 맺은 MOU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1회에 한해 6개월간 유예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유상증자를 하면 아무 문제가 없지만 자금 여력이 없는 게 문제"라며 "이달 말쯤 환매를 유예할지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