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을 보유한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기준에 걸맞은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주주가 돈을 쏟아 붓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저축은행 증자에 필요한 자금을 대려고 증권사 지분을 팔려는 곳도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리딩투자증권은 W저축은행 증자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대주주가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원래는 W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증권사 지분 매각도 함께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딩투자증권의 지분은 박대혁 IWL파트너스 대표가 3.02%, IWL파트너스가 17.8%, 리딩밸류사모펀드(PEF)가 설립한 밸류에프투 유한회사가 32.27%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6월말 기준) PEF 투자자들은 투자금 회수를 원하고 있어 박대혁 대표와 IWL파트너스 중심으로 증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박 대표는 사재(私財) 대부분을 W저축은행 증자에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LG증권 런던 현지법인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채권 트레이딩으로 큰돈을 벌어 화제를 불러모았던 인물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박 대표가 개인 재산을 투자해 증권사를 설립했는데 저축은행 증자 때문에 손해가 크다”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저축은행 증자를 놓고 회사 측과 노조 측이 첨예하게 대립 중이다. 현대증권이 인수한 현대저축은행(옛 대영저축은행)이 연말까지 1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현대증권은 지난해 11월 현대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960억원 규모의 증자를 실시했고, 올해 4월에도 500억원의 증자를 추가로 단행한 바 있다.

현대증권 노조는 현대저축은행 추가 증자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조 측은 기존 저축은행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에 의해 부실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현대증권이 부담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저축은행 인수 당시 구체적인 실사가 부족해 추가 부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밝힐 것도 요구했다.

현대저축은행과 현대증권은 증자 규모와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내부 갈등이 커지면서 저축은행과 연계해 추진하려던 신사업에 손도 못 대고 있다”며 “돈 들여서 인수한 저축은행이 수익을 내기는커녕 돈만 자꾸 끌어쓰니 승자의 저주라는 비판이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