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제시한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여전히 너무 높다는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평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은 올 연말과 내년 한국 증시를 낙관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국은행은 11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4%로, 내년 전망치를 3.8%에서 3.2%로 하향 조정했다. 경제 성장률이 실제로 2.4%로 내려가면 이는 1970년대 이후 5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 "한국은행 경제 전망 너무 낙관적" 평가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6%포인트나 내렸지만, 외국계 금융회사들은 한국은행이 아직 한국 경제상황을 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BNP파리바증권은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 예상치를 각각 2.0%, 2.6%로 제시하며 "한국은행의 수정 전망치는 여전히 너무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오는 26일 발표될 한국의 3분기 성장률을 0%로 예측했다. 도미닉 브라이언트 애널리스트는 "올해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도 있지만, 내년 1분기에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하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예상했다.

노무라금융투자는 "한국은행의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현실적이지만 내년 전망치는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증권사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3%로, 내년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올해 전망치는 한국은행 전망치와 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지만, 내년 전망치는 0.7%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권영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가장 큰 이유로 "유럽과 미국,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이 내년까지 둔화될 것"이란 점을 들었다.

◆ 일부에선 한국 증시 장밋빛 전망

외국계 금융사들의 한국 경제 전망은 더 어두워져도, 연말과 내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서는 밝게 전망하는 곳도 있다.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은 내년에 코스피지수가 2300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올 3분기 말 대비 코스피지수가 15%가량 오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마이클 정 스트래티지스트는 "한국 주식시장은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며 "따라서 이번 대선 후와 내년에 한국 증시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의 공격적인 내수경기 부양책과 통신ㆍ보험ㆍ신용카드ㆍ유통 업종의 규제 완화가 증시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한국 증시에서는 은행ㆍ건설ㆍ자동차 업종의 비중을 늘리고 통신ㆍ유틸리티 업종의 비중을 줄이는 게 좋다고 했다. 이 증권사는 신흥 시장(이머징마켓) 전체에서도 한국 증시를 중국, 태국, 체코, 페루와 함께 가장 투자를 선호하는 곳으로 꼽았다.

UBS증권은 아시아 12개국 증시 중 한국을 중국, 인도와 함께 비중 확대 국가로 제시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은 비중 축소 국가로, 일본과 싱가포르, 태국, 대만, 필리핀은 비중 중립 국가로 분류했다.

UBS증권은 "경기방어주보다는 경기민감주를 선호한다"며 "국가별로 봤을 때 한국이 이 기준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상과 달리 미국이 재정절벽(재정지출 축소로 인해 경제가 충격을 받는 것)으로 내몰릴 경우에는 아시아 수출국 중 특히 한국과 대만이 타격을 크게 받을 위험이 있다고 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은 연말에 코스피지수가 2270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상했다. CS증권 역시 IT(전기전자)ㆍ에너지ㆍ 원자재ㆍ산업재ㆍ자동차 등 경기민감주의 주가 상승률이 높을 것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