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내린 것에 대해 "정부 전망의 방향도 비슷하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일본 재무성과의 장관급 회담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11일 도쿄에서 개최한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서 조지마 고리키 일본 재무상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무기한으로 연기됐던 제5차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日王) 사과 요구로 한일 간 외교 노선에 찬 바람이 불면서 5차 재무장관 회의는 무기한 미뤄졌었다.

박 장관은 "양국은 역내와 글로벌 경제 상황, 양자와 다자 차원의 경제 협력 강화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며 "양국 금융,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거시경제 여건이 비교적 건전하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또 유로존 위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양국은 세계 경제 여건을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한 경우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은 "일본 경제가 잘돼야 한국 경제도 잘 되고 한국 경제가 잘돼야 일본 경제도 잘된다는 그런 평범한 진리에 양국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재무상과의 장관급 회담은 따로 보도자료를 발표하지 않았다. 회담에 앞서 양국 간 외교적으로 '뜨거운 감자'였던 통화스와프 연장 문제를 매듭지으면서 이와 관련해 특별히 논의된 내용은 없었다. 한국과 일본은 지난 9일 이달말이 시한인 통화스와프 확대 조치를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은행이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4%와 3.2%로 0.6%씩 하향조정한 것과 관련, 기자들이 정부 전망을 묻자 박 장관은 "한은과 전망의 방향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은이 지난해 12월 3.7%, 올 4월 3.5%, 7월 3.0% 등으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춰온 것을 감안하면 정부 역시 성장 전망이 예상보다 좋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예산 심의할 때 기회가 주어진다면 성장률 전망에 대한 의견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현재 재정부는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3.3%와 4%로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