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과 기준금리 인하 등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기 악화가 심화되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이 완화기조 쪽으로 공고해졌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2.75%로 석달만에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와함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3.0%에서 2.4%로, 내년의 경우 3.8%에서 3.2%로 지난 7월 전망 때보다 0.6%포인트씩 낮춰잡았다.

전문가들은 4분기 경기 상황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가 결정되겠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리는 편이다. 그러나 이날 한은의 경기전망은 유로지역 국가채무 문제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고 미국의 재정절벽이 현실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추가적인 경기 하방 위험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한은 경기전망 '비관적'…"경기흐름 녹록치 않다"

한은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수정치는 국내외 경제연구기관의 전망치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현재 경기흐름이 녹록치 않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을 상반기 2.6%, 하반기 3.7%로 예상하면서 상반기까지 전기대비 분기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경기침체 여파에 따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 추정치(3%후반~4%초반)를 밑도는 저성장 국면이 최소한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되고 하반기에야 완만하게 회복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중수 한은 총재가 이날 기준금리 인하 후 기자간담회에서 "국내총생산(GDP) 마이너스 갭이 적어도 1~2분기 보단 긴 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은은 이날 금통위 후 발표한 '10월 통화정책방향'에서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함에 따라 성장세가 미약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달 발표 때는 "내수가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고 있다"며 미국의 3차 양적완화와 정부의 추가 재정지출의 효과를 경기지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지난 달보다 경기에 대한 태도가 더 비관적으로 바뀐 것이다.

경기가 악화된 만큼 물가에 대한 우려는 크게 낮아졌다. 한은은 '앞으로 수요압력 완화될 것'이라는 표현도 썼다.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각각 2.3%, 2.7%로 발표했다. 물가안정목표의 중심선(3%) 아래인 것은 물론 이날 발표한 2013~2015년 중기 물가안정목표치 2.5~3.5%의 하한선 근처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다.

◆ "통화완화 기조는 공고"…추가 금리인하는?

한은이 지난 2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잠재 수준의 성장을 회복할 수 있도록'이라는 문구를 새로 추가하는 등 성장에 무게를 두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최근 경기지표 악화로 한은의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더욱 공고해졌다고 보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금리인하 기회가 있었는데 한은이 인하하지 않은 것은 시기적으로 뒤로 미룬 것이지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도 완화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의 통화정책 완화기조에 대해서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추가 금리인하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조선비즈가 최근 경제·금융전문가 2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한은이 10월 금리인하 후 내년 초까지 동결할 것이라는 응답이 11명(55%), 추가 금리인하를 할 것(8명, 40%)이라는 응답보다 조금 더 많았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하지만 관건은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이냐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앞으로 경기가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3분기 또는 4분기가 단기 저점인 것으로 보기 때문에 이후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경기 지표가 계속 나쁘게 나온다면 추가 금리인하를 할 수 있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흐름을 보인다면 굳이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