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자동차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수입차들의 콧노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9월 수입차 신규 등록이 지난해보다 20.6% 늘어난 1만2123대로 월별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8일 밝혔다.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국내 경기가 침체해 국내 자동차 시장 상황은 좋지않다. 국산차의 경우 9월에 지난해보다 6.6% 감소한 11만5810대의 차를 판매했다. 개별소비세 인하와 준중형 신차 출시 효과 등이 있었음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 것이다.

반면 수입차 판매는 꾸준히 늘고 있다. 9월까지 수입차는 지난해보다 20.1% 늘어난 9만5706대가 판매됐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이 치열해지며 신차 가격을 낮춘 것이 수입차 판매를 늘렸다”고 분석했다.

◆ 중형차 가격 인하가 판매 신장 주도

수입차 회사들은 올 들어 신차를 출시하며 대부분 가격을 낮추거나 동결했다. 이들은 특히 각 브랜드의 가장 많이 팔리는 중형차 모델들이라 수입차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도요타는 올 초 신형 캠리를 출시하며 가격을 100만원 낮췄다. 개별소비세 인하를 반영한 현재 캠리의 가격은 3350만원. 그랜저 기본모델(2994만원)과의 가격 차이는 350만원 정도다. 직전 모델의 경우 캠리 2010년형이 3490만원으로 2010년형 그랜저 기본 모델(2713만원)보다 700만원 이상 비쌌다.

이어 8월 출시된 폴크스바겐 파사트는 가격이 이전 모델보다 480만원이나 낮아졌다. 불필요한 편의사양은 빼는 대신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춰 판매를 늘리려는 것이다.

고급차 회사들도 가격 인하에 동참하고 있다. BMW는 8월 2013년형 5시리즈의 가격을 60만원 인하했다. 7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으로 가격을 내린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가격을 내린 셈이다. 아우디도 8월 신형 A6 2.0 모델을 출시하며 처음으로 6000만원 이하의 가격에 중형 세단을 내놨다. 렉서스는 최근 신형 ES 시리즈를 출시하며 기본 모델 가격을 5000만원대 중반에 책정했다.

가격을 내린 이들 차종은 9월 수입차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휩쓸었다. 531대가 팔린 도요타의 캠리는 2위를, 515대가 팔린 BMW의 520d는 3위를 했다. 이어 폴크스바겐의 파사트는 354대가 팔려 5위를 했고, 렉서스의 ES350도 출시하자마자 309대가 판매되며 단숨에 6위로 뛰어올랐다.

◆ 하이브리드카 약진도 눈에 띄어

가격이 저렴해진 중형차와 함께 판매가 급속도로 늘어나는 차가 또 있다. 바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차다.

하이브리드 대표 모델인 프리우스는 올 들어 1793대가 판매됐다. 푸조(1758대)와 닛산(1595대), 볼보(1348대) 등의 전체 판매 대수보다 많은 수치다. 여기에 도요타는 신형 캠리와 ES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따로 선보이며 판매를 늘리고 있다.

1월에 출시된 캠리 하이브리드는 9월까지 1264대가 판매됐다. 최근 출시된 ES의 하이브리드의 기세는 더 무섭다. 전체 예약 건수 1500대 중 70%가 하이브리드 차량일 정도로 ES의 하이브리드 모델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출시 첫 달인 지난달에만 229대가 판매됐다. 도요타의 9월 전체 판매 1647대(렉서스 포함) 중 하이브리드차는 671대로 40.7%에 달한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유럽 디젤차들이 연비가 좋다고 하지만 하이브리드차를 따라오기는 어렵다”면서 “ES 하이브리드가 수입차 시장의 판세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