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스타일' 옷은 몇 층에서 팔아요?"

2일 오후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을 찾은 20대 중국인 남성 관광객이 컨시어지(안내 직원)에게 질문하기 위해 귀에 꽂고 있던 이어폰을 빼자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흘러나왔다.

한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있는 차이린(柴林·25)씨도 국경절을 맞아 중국에서 온 친구 3명을 데리고 이날 강남에 나들이 왔다. 차이씨는 "싸이 노래를 들은 친구들이 '강남이 대체 어떤 곳이냐'며 궁금해하길래 압구정동, 가로수길, 강남역 인근을 돌며 쇼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3일 오전 서울 B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고객들이 매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중국 국경절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아온 10만여명의 중국인 관광객들 덕분에 주요 백화점들은 외국인 고객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달 29일부터 시작된 중국 국경절(건국 기념일)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들이 본격적으로 방한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이 기간에 역대 최다 인원인 10만명의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한국을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추석과 국경절이 겹쳐 최대 9일까지 연휴가 이어지는 데다 센카쿠를 둘러싼 분쟁 때문에 일본 관광 수요까지 급격히 한국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요우커가 국내에서 쓰는 금액만 2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요우커의 두드러진 점은 '강남행(行) 열기'가 예년보다 뜨겁다는 점이다. 직접적 원인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 때문.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이향선 컨시어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강남 스타일이 뭐냐', '강남 스타일로 입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문의를 가장 많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압구정점에선 1일 '쟈딕&볼테르'나 '톰브라운' 등 독특한 수입 남성 의류 브랜드 매출이 작년보다 48% 신장했다.

2일 서울 A백화점에서 직원들이 ‘강남 스타일’이란 이름표가 달린 마네킹을 살펴보고 있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에 힘입어 최근 강남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

롯데면세점은 1일 하루 매출이 잠실점은 평상시의 2.8배로, 코엑스점은 3.2배로 뛰었다. 잠실점에서 정관장 홍삼, 설화수 화장품 등 1000만원어치를 산 왕리(31)씨는 "사람이 많고 복잡한 명동보다 편안하고 여유 있게 쇼핑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동에 이어 강남이 새롭게 부각되는 데는 '단골 요우커'가 늘었다는 사실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을 처음 찾으면 대개 남산·경복궁 등 강북 명소를 관광하지만, 두 차례 이상 한국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면서 관광 동선이 강남으로 연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두 번째로 한국에 온 장아이링(張愛玲·33)씨는 "이번에는 예전에 못 가 본 강남권의 맛집과 쇼핑 명소를 주로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행 업계에 따르면 2~3일 일정으로 오는 요우커는 주로 남대문·경복궁·청계천·동대문시장·63빌딩 등 강북 지역 관광지를 둘러보고, 명동 일대에서 쇼핑을 한다. 여행 기간이 4~5일을 넘어서면 서울 강남권 관광이나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인 남이섬 등으로 떠나는 '드라마 투어', 제주도 방문 등이 일정에 포함된다.

의료 관광도 느는 추세다. 강남 지역 성형외과 관계자는 "추석 연휴 기간의 수술 일정이 중국인 예약으로 다 차는 바람에 내국인 환자들의 예약은 거의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강남 피부과에도 '단골 중국인'이 늘면서 미백 등 피부 관리를 받는 중국인도 많아졌다.

한류(韓流) 등의 영향으로 젊은 층의 쇼핑 품목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작년부터 매출 상위 브랜드에 한국산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며 "2009년까지만 해도 중국인들은 해외 고가 의류를 60% 이상 구매했지만 최근에는 여성 캐주얼이 해외 명품 의류를 따라잡는 등 한국산 인기가 오르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