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아낀 한국은행 〈조선일보 2012년 9월 14일자 B2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3일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을 뒤엎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지난달에 이어 연 3.0%로 동결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에서 이번 달 금리 인하 가능성을 크게 전망했던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한 달 동안의 데이터를 면밀히 분석한 결과 8월 경제가 7월보다 더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한 나라의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앙은행이 돈(통화)의 양이나 금리를 조절하는 정책을 통화정책이라고 합니다.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울 때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의견이 존재합니다.

오늘은 통화정책이 어떤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는지, 그런 경로가 늘 잘 작동하는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그리고 통화정책은 왜 선제적으로 펼쳐야 하는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통화정책은 어떤 경로를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나요?

통화정책은 크게 4가지 경로를 통해 생산과 물가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금리 경로, 자산가격 경로, 환율 경로, 신용 경로가 그것입니다.

우선 금리 경로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변경해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같은 단기 시장금리는 즉시 하락하고 국고채ㆍ회사채 등 만기 1년 이상 장기채권 금리와 은행의 예금ㆍ대출 금리도 하락 압력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시장금리가 변동하면 소비나 투자가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GDP(국내총생산)나 물가 수준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금리가 떨어지면 가계는 저축 대신 소비를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확대해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음으로, 통화정책이 주식이나 부동산과 같은 자산의 가치를 변동시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자산가격 경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금융시장에 여유자금이 늘어나고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 자산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가계 입장에선 부(富)가 늘어난 데 힘입어 소비를 늘리고, 기업의 경우 주식시장 활황으로 자금 조달이 쉬워져 투자를 늘리게 됩니다.

최근에는 환율의 변동을 통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환율 경로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원화로 표시된 금융자산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아진 달러화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합니다. 이에 따라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환율 상승)하게 됩니다. 이처럼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로 표시한 수출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수출이 늘어나 생산이 증가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이 은행 대출에 영향을 미쳐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신용 경로가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금융시장에 자금이 풍부해져 은행들의 대출 여력이 커지게 됩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의 대출이 확대되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늘어나는 신용 경로가 작동하게 됩니다.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는 언제나 잘 작동하나요?

이와 같은 통화정책의 파급 경로가 늘 완벽하게 작동하는 건 아닙니다. 개별 국가의 금융시장이나 거시경제 여건에 따라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금융회사 간 단기 자금거래에 적용하는 금리이기 때문에 시장의 단기 금리에는 곧바로 영향을 주지만 장기금리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장기 시장금리는 단기 금리 수준뿐만 아니라 시장 참가자들의 향후 경기에 대한 기대나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ㆍ공급 등에 의해서도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의 국내 중장기 채권 투자가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장기금리가 시장의 수요ㆍ공급에 크게 좌우되자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기업들은 신규 투자 여부를 결정할 때, 투자 개시부터 투자금 회수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 금리보다는 장기 금리 수준을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단기 금리를 끌어내려도 이런저런 이유로 장기 금리가 의도한 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금리 경로가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또 금리 경로는 가계 소비나 기업 투자가 금리에 민감하다고 전제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기업의 미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거나 개인들의 고용 상황이 불안하다면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투자나 소비가 충분히 늘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편, 자산가격 경로는 주식 가격이 통화정책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전제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와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주식 가격이 국내 통화정책의 변화보다는 미국 등 선진국의 주가 변화나 외국인의 주식투자 동향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도 합니다.

환율 경로의 경우에도 국내 통화정책이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소 의문의 여지가 있습니다. 주가와 마찬가지로 환율 역시 해외 요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환율이 기대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앞서 살펴본 것처럼 통화정책은 복잡한 경로를 통해 시장과 경제에 파급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실물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통화정책이 금융시장에 파급되는 효과는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나타나는 반면, 시장금리나 환율, 주가 등 금융가격 변수의 변동이 실물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투자의 경우 투자결정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려우나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의하면,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차는 대체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화정책은 왜 선제적이어야 하나요?

이처럼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파급되는 데는 시차가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통화정책 수행을 위해서는 미래의 경제상황을 잘 예측해 이에 적합한 정책을 선제적(preemptive)으로 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물가가 안정되어 있더라도 앞으로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 발생이 우려된다면 미리 정책기조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선제적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것은 현재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은 물론 미래에 대한 정확한 경제 예측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미래의 물가나 성장에 대한 전망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경우 이에 근거한 선제적 통화정책 수행은 오히려 경기 변동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대내외 경제 여건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우 경제의 불균형 발생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더 많은 증거를 확보하려 하고 이 과정에서 정책 결정이 보다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한국은행 기준금리(Base Rate)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매월 결정하는 정책금리를 말합니다. 국내외 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리 수준을 결정합니다. 한국은행과 금융회사 간의 여·수신 등 자금거래를 할 때 적용되는데, 이 금리를 기준으로 예금 금리, 대출금리 등이 정해집니다. 참고로 미국의 기준 금리는 연방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에서 결정되는데, 연방기금 목표금리(federal funds target rate)라고 합니다.

◆퀴즈

통화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경로 가운데, 중앙은행의 금리 변경이 장단기 시장금리와 은행의 예금 및 대출금리에 영향을 주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에 영향을 주는 것을 '○○경로'라고 말합니다.

▲응모 요령 : 모닝플러스 홈페이지(http://morningplus.chosun.com)의 이벤트 코너에서

▲일정: 10월 3(수) 오후 5시 마감, 10월 5일(금) 당첨자 발표

▲경품: 도서문화상품권 1만원권(25명, 각 1장)

〈지난 회 정답 : 사회적 기업〉

도서문화상품권 당첨자(강정숙 고인호 김기홍 김윤철 김점식 김진 김희경 노명래 손은혜 송병우 신현승 안종을 양성호 오화혁 이상민 이순덕 임영현 임재욱 조규현 최경자 최혜숙 편도숙 한승표 허정숙 홍승미)

자본시장연구원·조선일보 공동기획
기사 문의는 (02)3771-0631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조정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