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파스퇴르연구소 제공

"치명적인 전염병의 확산을 막으려면 대응 속도가 중요합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10명이나 배출한 세계적 생물의학연구소인 파스퇴르연구소의 앨리스 도트리 소장(62ㆍ사진)이 경기 판교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열린 파스퇴르 국제네트워크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물리학과 생물학을 전공한 도트리 소장은 125년 역사의 파스퇴르연구소 최초의 여성 수장이자 세계보건기구(WHO)자문위원을 맡으며 세계 과학계에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프랑스의 본부를 포함해 5개 대륙 28개국에 설립된 32개 파스퇴르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 9000명을 이끌고 있다.

2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신종 전염병에 대해 "에이즈와 같은 파급력이 강한 질병이 언제 어디서든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며 "파스퇴르연구소를 비롯해 세계적인 연구소들이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에이즈만 해도 35년전엔 신종질병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막대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 질병으로 꼽힌다"며 "배와 항공기를 통한 이동이 늘고 삶의 환경이 바뀌면서 전염병에 항상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과학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전염성이 강하고 독성이 강한 질병의 발병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7월에는 캄보디아에서 수족구병으로 영유아 50여명이 숨졌고 중국과 한국에서도 발병 환자가 급증했다. 해마다 남미와 아시아 지역에선 치명적인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 환자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고 신종인플루엔자(H1N1) 바이러스와 E형 간염 등 신종 전염병의 발병 횟수도 늘고 있다.

도트리 소장은 "전염병이 발병하면 빨리 정확히 진단을 하고 서둘러 전세계에 알리는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며 "질병을 빨리 규명할 수 있는 사전에 교육된 인력과 장비, 국제 기구와 지역간 네트워크를 통해 전염병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염병과 신종 질병에 민첩하게 대응해 백신을 개발하려면 과학자와 의사 뿐 아니라 경제학자, 정치학자가 다(多)학제적이면서 글로벌한 방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면서 한국파스퇴르연구소가 개발 중인 치료약 개발 기술을 한 예로 들었다.

이 연구소는 24일 열린 파스퇴르 국제네트워크 총회에서 정보기술(IT)와 바이오기술(BT)를 접목해 질병을 시각화하는 바이오 이미징 기술을 최초로 공개했다. 제약사들이 질병의 원인을 찾은 뒤에야 해당 치료물질 개발을 시작하는데 반해 이 기술은 특정 질병에 반응하는 물질을 시각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치료약 개발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는 "파스퇴르 연구소는 향후에도 에이즈나 독감 등 신흥 질병에 빠르게 대응하고 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의학 연구와 특정 질환에 잘 걸리는 유전적 배경을 찾는 10년 장기프로젝트인 인간 유전학 연구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