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 가구'가 늘어나고 부도업체 수가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 곳곳에서 비상신호가 울리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의 25%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으로의 수출도 둔화되고 있으며 이런 현상이 중국의 내수 위주 경제정책에 따른 구조적 현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연구소들은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2%대로 하향 조정하고 있으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4%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에는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3.8~4.3% 정도로 추정됐었다.

◆ 30대·40대, 적자 가구 비중 확대…소비 위축 요인

30대와 40대 가구주 10명 중 2~3명은 교육 통신비 등의 급증으로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적자가구 비중은 30대가 21.8%, 40대가 28.6%로 1991년보다 각각 9.8%포인트, 10.5%포인트 높아졌다. 60세 이상인 가계 중 적자가구 비중도 30~35%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득과 소비의 중심계층인 30대와 40대 가계에서 적자가구의 비중이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적자 가구 수가 늘어나면 그만큼 민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결과를 낳기 마련이다.

민간 소비는 지난해 4분기에 전분기대비 1.3% 감소했으며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 0.2% 증가에 그쳤다. 6월에는 0.5% 감소했으며 7월에 폭염과 런던올림픽 특수로 반짝 증가했다.

지난달도 상황이 좋지 않다.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액은 전년동월대비 각각 6.1%, 3.5% 감소했고 국산차 내수판매량은 24.9% 급감했다. 정부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돼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 중국 수출 감소세…중국 내수 정책에 따른 구조적 요인

그동안 우리나라 수출 중 4분의 1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으로의 수출은 올해 들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2월을 빼고는 매달 중국 수출이 전년동월대비 마이너스를 면하지 못했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 7월과 8월 전체 수출은 각각 8.8%, 6.2% 감소했으며 올해 1~8월 전체 수출은 1.5% 줄어들었다. 문제는 중국 수출 감소가 중국의 내수 위주 정책에 따른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수입구조를 재편한 2006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증가율이 중국의 수입 증가율을 밑돌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에선 중간재 대신 원자재 및 소비재 수입비중이 늘고 수출용 가공무역보다 내수용 일반무역 비중이 확대됐다. 기존에 우리나라 등으로부터 수입한 중간재로 최종재를 생산해 수출하던 중국의 경제구조가 내수 위주로 서서히 변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중국에서 원자재와 소비재 수입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기준으로 각각 30.5%, 4.1%를 기록해 2005년에 비해 각각 13.1%포인트, 0.6%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자본재와 중간재 비중은 각각 16.1%, 49.2%로 3.7%포인트, 10%포인트 줄었다. 중국에 주로 중간재를 수출해왔던 우리나라는 이러한 중국의 수입구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국은행은 지적했다. 중국의 수입구조가 원자재ㆍ소비재 위주로 변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출구조가 여전히 중간재ㆍ자본재 중심에 머물러있어 대중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 제조업 부도업체 수, 1년8개월 만에 최대

8월 전체 부도업체수는 117개로 전월대비 22개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128개를 기록한 후 최고치다. 제조업 부도업체 수는 46개로 1년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계속 40개 이하였다가 8월에 46개로 증가했다. 7월의 경우 30개였다. 제조업 경기가 부진했던 영향으로 문닫은 사업체 수가 늘어난 것이다.

서비스업 부도업체는 41개로 전월에 비해 5개 감소한 반면 제조업(16개 증가)·건설업(7)·기타업종(4)의 부도업체 수는 증가했다. 김혜연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금융시장부 자본시장팀 과장은 "건설업과 제조업의 경기 부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신설법인수는 5828개로 지난해 11월(5432개)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 5월에 6127개를 기록한 이후 6월에 6744개, 7월에 7127개로 증가하다가 8월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도법인 수에 대한 신설법인 수의 배율은 67배로 전월(109.6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