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전문가들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정책이 장기적으로 신흥국·아시아시장에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17일 열린 국민연금공단 설립 25주년 '기금운용 국제 콘퍼런스'에서 윌리엄 해니건 웰링턴 매니지먼트 글로벌 채권운용 최고 책임자는 "미국의 3차 양적완화 정책이 다른 나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 미즈 판테온 최고 투자책임자(CIO)도 "세계 금융시장에 자금이 증가해 아시아시장이나 신흥국시장에 흘러가게 되면 자산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현상이 강해질 수 있다"고 봤다. 크리스 미즈 CIO는 "3차 양적완화는 단기적으로 미국 경기를 부양시키는 자극제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묘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휴 영 애버딘 애셋매니지먼트 주식운용부문 최고책임자도 "장기적으로 보면 3차 양적완화 정책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며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고,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3차 양적완화 정책을 옹호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외 투자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의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봤다. 미첼 해리스 BNY멜런 투자관리사업부 사장은 "채권의 가치, 사회 보장망, 고령화, 인구, 가계 대출 등의 문제를 미국이 떠안고 있다"며 "특히 학자금 대출이 2006년 이후 2배로 증가하며 재정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봤다. 윌리엄 해니건 최고 책임자 역시 "미국이 직면한 과제가 많다는데 동의한다"며 "민간부문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개선하는 등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한 미국의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 재정절벽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다만 미첼 해리스 사장은 "재정이 절벽으로 떨어지기 전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정부예산을 줄이고, 사회 지출을 줄이는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상황에 대해 크리스 미즈 CIO는 "유럽이 계속 난항을 겪고 있는데 정치적인 결정이 부재하고 있다"며 "현재 재정 동맹에 대한 의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첼 해리스 사장은 "수많은 국가가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유럽연합(EU)의 태생적 한계가 유럽 재정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라며 "감독을 통해 질서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스 문제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 국가)을 탈퇴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다만 윌리엄 해니건 최고책임자는 "정치적인 의지가 유로존을 단단히 묶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