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대가 대세‥내년도 기껏해야 3%대’

정부의 싱크탱크인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7일 내놓은 올해와 내년 성장률 수정치는 우리나라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들어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유로존 위기 장기화를 비롯해 중국과 미국의 경기부진의 여파가 주요국의 잇따른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곳곳에 나타나 있다.

최근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의 잇따른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글로벌 경제환경의 악화와 고령화 시대 진입이라는 인구통계학적 요인이 맞물리면서 잠재성장률의 하향 추세는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으로 경기흐름은 나이키 모양처럼 완만하게 누운 U자형이 되거나 단기적으로 L자형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경기회복세가 강하지 않아 당분간은 3% 정도의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평가다.

◆ 올해 성장률 전망 2%대가 '대세'…잇따라 하향

KDI는 올해 경제성장률을 지난 5월 발표 때의 3.6%에서 2.5%로 1.1%포인트나 하향 조정했다. 대부분 경제연구소들이 전망치를 2%대로 하향조정하는 추세에 합류한 것이다. 기존 전망에서 수출 부진을 상쇄하는 버팀목으로 기대했던 내수에 대한 전망치를 크게 낮춘 게 주된 요인이었다.

설비투자 증가율 전망치를 8.1%에서 2.9%로 하향 조정했고 소비 증가율의 경우도 2.7%에서 1.9%로 내려잡았다. 상품수출(물량기준) 증가율 전망치도 7.1%에서 2.7%로 4.4%포인트 낮아졌다. 우리나라 경제의 양대축인 수출과 내수의 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인 셈이다.

앞서 다른 경제연구소들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잇따라 하향조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2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5%에서 2.8%로 내렸고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달 15일 올해 성장률을 3.2%에서 2.6%로 하향 조정했다. 이번 주말에는 LG경제연구원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6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종전의 3.5%에서 3.25%로 낮춘데 이어 다음달말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연례회의에서 추가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에코 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지난 5일 서울에서 열린 이코노미스트 콘퍼런스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 전망치는 3% 미만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KDI "지난 2분기 경기바닥"… 전문가들은 "올해 3, 4분기"

KDI는 지난 2분기가 경기 바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분기대비 경제성장률은 1분기 0.9%에서 2분기 0.3%로 낮아졌다. KDI는 3분기에 0.5%, 4분기에 0.8%로 높아져 연간 성장률은 2.5%가 될 것으로 봤다. 강동수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환율 절상, 유가 상승, 유럽 재정위기 해결 양상 등 불안요인이 있지만 2분기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나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대부분 올해 3분기 또는 4분기가 경기 바닥이 될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가 이렇게 나쁜데 KDI 전망대로 올해 소비증가율이 1.9%, 내년에는 3.4%로 나아질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KDI가 다소 긍정적으로 전망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경제조사실장은 "경기가 3분기에 유력하게 바닥을 치고 4분기부터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 내년 성장률도 3%대 머물듯‥”잠재성장률 낮아지는 추세“

KDI의 이날 발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 보다 눈길을 더 끈 지표는 사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다. KDI는 내년 성장률을 종전의 4.1%에서 3.4%로 0.7%포인트 낮췄다. 내년 경제환경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3.4% 성장 전망'도 미국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그 영향으로 유럽과 신흥국의 경제가 다소 나아질 것을 전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KDI를 비롯한 경제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낮아졌다는 데 동의했다. 잠재성장률은 여러가지 정의가 있지만 보통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을 말한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에는 4.5%에서 5%대 중반 수준이었으며 2008년 세계금융위기 직전에는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으로 평가됐었다. 강동수 KDI 부장은 "엄밀한 분석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 잠재성장률은 3.5% 정도에서 4%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오석태 한국SC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성장률 하락이 어디까지 구조적인 것이고 어디까지 대외요인인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잠재성장률이 4%가 안 된다는 것에 눈높이가 맞춰진 것 확실하다"고 말했다.

◆ 향후 회복패턴 U자형, 나이키형, L자형?…"빠른 회복 어렵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경제가 빨리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소 1~2년은 더 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어느 정도 해결 기미를 보인다 하더라도 세계 경제의 수요를 뒷받침해 성장을 견인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과 신흥국 경제 역시 내년에 크게 나아지길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내년에 의미있는 성장이나 회복이라기보다는 올해 워낙 낮다 보니 기저효과를 감안해 올해보다는 높아지는 것"이라며 "이번 주말 발표될 LG연구원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대 초중반”이라고 말했다.

오석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성장률이 3%대로 낮아진다고 해서 그게 비관적인 게 아니다"며 "올해 2%대에서 내년 3%대로 높아진다는 것은 'U자'형 성장을 예상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