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유로존 위기 장기화 등을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6%에서 2.5%로 대폭 내려잡았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4.1%에서 3.4%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KDI는 17일 '2012~13년 국내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낮췄다. KDI는 통상 매년 5월과 11월에 각각 하반기 전망과 내년 전망을 발표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9월에 수정 전망치를 내놨다. 이번 처럼 중간보고서를 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0.3% 성장에 그친 2009년 이후 3년만이다.

KDI는 "올해 유로지역 재정위기 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수출과 내수 모두 증가세가 크게 둔화해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전망에선 수출이 둔화해도 내수가 경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으나 이번엔 내수 전망도 나빠졌다. 내년엔 세계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면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교역 조건이 안정되고 원화값이 올라 내수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올해 내수 부문에서 설비 투자와 건설 투자 전망치의 하향 조정이 두드러졌다. 설비투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세계 경제 성장세 위축에 따른 수출 부진으로 올해 2.9%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종전의 8.1%에서 5.2%포인트나 하향 조정된 것이다. 건설투자 전망치는 0.3% 증가에서 0.2% 감소로 수정됐다. 내년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증가율도 각각 5.5%와 2.3%로 종전 전망치(각각 6.2%와 4.4%) 보다 하향 조정됐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세계 경제성장 둔화로 올해 수출 증가율은 3%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상품수출(물량 기준) 증가율 전망치는 7.1%에서 2.7%로 4.4%포인트 낮아졌다. 내년엔 8.5%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 역시 두자릿수였던 이전 전망치(10.7%)를 밑돈다.

민간 소비는 올해 1.9%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내년엔 유가 안정 등 소비 여건이 개선돼 비교적 높은 3.4%의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 전망치인 각각 2.7%와 4.0%에서 다소 낮아졌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면서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는 이전 183억달러에서 320억달러로 대폭 상향조정됐다. 신석하 KDI 연구위원은 "수입이 많이 줄어 상품수지가 흑자를 보이고 해외 건설 수주 호조 등으로 서비스 수지가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는 게 전망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KDI는 올해 상품수지 흑자는 290억달러, 내년은 340억달러로 예상했다. 내년 경상수지 흑자는 원화값 상승으로 290억달러 내외로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대 초반으로 하향 조정됐다. 경기둔화와 보육료 지원 등의 정책 효과 등을 반영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의 2.6%에서 2.1%로 0.5%포인트 낮췄다. 내년엔 경기 회복이 반영되며 상승률이 2.4%로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 역시 이전(2.8%)에서 0.4%포인트 내려잡은 것이다. 올해와 내년 근원물가 상승률도 각각 1.7%와 2.2%로, 2%와 2.5%에서 하향조정했다.

KDI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길어지고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으로 유가가 오를 수 있다"여 "이러한 불안 요인은 우리 경제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대해선 "재정절벽과 관련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경제 성장세 회복에도 부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괄호 안은 잠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