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유동화증권(ABS·asset backed securities)은 기업이나 은행이 보유한 부동산, 유가증권, 주택저당채권 등 자산을 담보로 발행하는 증권을 의미합니다. 기업이나 은행이 자산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잘 팔리지 않거나 당장 현금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죠.

예를 들면, 원자재를 구매하기 위해 100억원이 필요한 A기업이 있습니다. A기업은 150억원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이 건물을 팔아서 원자재를 살 수도 있겠지만 150억원 짜리 건물은 짧은 기간에 매매가 쉽지 않습니다. 이때 A기업은 ABS를 전문으로 발행하는 유동화전문회사(special purpose company)에 건물을 양도한 뒤 ABS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A기업은 건물을 팔지 않고 쉽게 자금을 확보하게 되죠. 발행된 ABS는 실물 자산을 담보로 발행됐기 때문에 신용도도 높습니다. 설사 A기업이 망하더라도 150억원 짜리 담보 건물이 팔리면 투자금을 떼일 염려가 없기 때문입니다.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채권을 담보로 ABS를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출채권에는 만기가 있기 마련입니다. 금융기관이 자금을 회수하려면 만기까지 기다려야 하죠. 하지만 금융기관이 개별 대출채권 또는 조건이 비슷한 여러 개의 채권을 모아서 담보로 삼은 뒤 ABS를 발행하면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자금을 회수한 효과를 얻게 됩니다.

ABS를 발행한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요. A기업은 제품을 생산·판매한 수익으로, 금융기관의 경우 담보가 된 대출채권의 원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으면 ABS 투자자에게 원리금을 지급하면 되죠.

자산유동화증권은 담보가 되는 자산의 종류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릅니다. 주택저당채권을 담보로 할 때는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 채권을 담보로 할 때는 채권담보부증권 (CBO·collateralized bond obligation), 은행 대출채권을 담보로 할 때는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collateralized loan obligation)이라고 부릅니다.

주택저당증권, MBS에 대해 좀 더 알아볼까요. MBS는 금융기관이 주택을 담보로 장기대출을 해준 뒤, 그 대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입니다. 미국에서 매우 활발하게 발행되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MBS는 세계 경제를 충격에 빠트린 리먼 브라더스 파산의 단초이기도 합니다.

주택을 담보로 장기대출을 해준 금융기관이 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20~30년이 걸립니다. 만약 그 자금을 한 번에 회수해서 또 다른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면 금융기관의 수익은 늘어나겠지요. 그래서 금융기관은 대출채권을 유동화전문회사에 넘겨 MBS를 발행합니다. 투자자들이 MBS를 사면 이 자금은 금융기관으로 넘어가 새로운 대출에 쓰입니다. 금융기관은 MBS를 통해 자금을 조기에 회수할 뿐 아니라 대출 건수를 늘릴 수 있어 좋습니다. 집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집값의 20~30%만 있으면 주택을 우선 구입한 뒤 20~30년에 걸쳐 대출금을 상환하면 되니 좋습니다. MBS 투자자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원채무자가 대출금만 꼬박꼬박 상환하면 수익이 나기 때문에 좋습니다.

이 MBS 여러개를 묶으면 부채담보부증권(CDO·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을 만들 수 있습니다. ABS 여러개를 묶어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초 미국 투자은행들은 수백, 수천 건의 MBS를 한 데 모아 선순위, 중순위, 후순위 세 가지 등급의 CDO를 만들었습니다. CDO는 발행액(MBS 발행총액)의 일정 비율 이상(선순위는 85%, 중순위는 90%, 후순위는 100%)이 회수되면 액면금액을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지급 받는 상품입니다. 다시 말해 주택담보대출을 한 주택매입자 누가 얼마큼을 갚았는지에 관계없이 대출상환액이 기준 이상 회수되면 CDO 투자자들은 수익을 보는 형태였습니다.

당시 미국 주택 경기가 매우 좋았기 때문에 이런 CDO들은 신용등급 최상급(AAA)의 투자상품이었습니다. 일부 대출자가 돈을 갚지 못해도 주택을 팔면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007년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진 겁니다. 이 사태로 부동산 경기 호조만 믿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주택 시세의 100%에 가까운 대출을 해주던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해 부실화됐습니다.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주택 가격은 폭락하고 사람들은 빚더미에 올라 앉았습니다. 주택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MBS뿐 아니라 CDO도 모두 부실해져 휴지조각에 불과하게 됐습니다. 결국 당시 서브프라임 CDO에 많은 금액을 투자했던 리먼 브라더스는 파산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