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 500여명이 입주를 원하는 데도 소유권 이전이 안돼 입주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파트 분양 잔금 사용처를 놓고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기관과 사업시행사가 이견 다툼을 벌이면서 아파트 소유권 이전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아건설이 지난해 3월말 완공한 경기 고양시 덕이지구 아파트(3316가구) 입주 예정자 533명은 최근 시행사와 잔금 일부(전체 분양가의 20%)를 입주 후 2년간 유예하는 조건에 계약을 하고 입주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나 중도금 대출을 해준 PF 대주단(8개 금융사) 중 일부가 소유권 이전에 반대하고 나서면서 입주가 가로막혔다.

시행사는 지난해 세무조사에서 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누락돼 추징된 세금(법인세 및 부가세)이 있는 만큼 입주자들이 낸 잔금을 세금 납부에 먼저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은행 등 일부 PF 대출 금융기관은 입주자 잔금은 분양가의 일부분인 만큼 대출상환에 우선되지 않으면 소유권 이전을 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신탁사업으로 추진됐던 이 사업의 소유권이 신탁사에 있었고, 이를 계약자들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신탁업무를 위탁했던 특수목적법인(SPC)의 주체인 시행·시공사·대주단의 동의가 필요하다.

대주단 한 관계자는 “입주자와 시행사와의 계약이 있다 하더라도 잔금을 PF 대출상환이 아닌 세금 납부로 사용하게 두는 것은 배임 소지가 있어 소유권 이전을 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양측의 팽팽한 이견 대립에 입주를 원하는 계약자들만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입주 예정자 이종수씨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입주자들이 입주를 거부하는 다른 단지와 달리, 입주를 하겠다는 데도 잔금을 놓고 다투는 사업주체들 때문에 계약자들만 입주 피해를 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며 "대출금 회수에만 급급한 나머지 입주자 피해는 뒷전인 금융기관도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단지는 사기분양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및 계약해지 등 4건의 소송이 진행 중인 데다, 아파트 건물만 준공됐을 뿐 단지 내 도로공원, 상하수관로 등 토지지분 정리에 필요한 작업들이 완료되지 않아 대지에 대한 지분권 등기가 없어 계약자들이 권리행사에 제약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