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의 경제전문가들은 시장의 예상을 빗나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당황하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경제환경의 악화를 감안해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chosunbiz.com)가 최근 9월 금통위를 앞두고 경제ㆍ금융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8명(90%)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0.25%포인트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의견은 2명(10%)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국내 경제지표들을 봐서는 9월에 금리를 인하할 필요성이 충분했다. 한국은행이 시장의 기대와 반대되는 결정을 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을 보면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0.3%로 7월 발표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았고 8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6.2% 감소했다.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두 달 연속 감소세였다.

오석태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상무는 "국내 경기전망이 점점 하향조정되고 미국과 유럽에서 정책대응을 한다고 해도 경기가 좋아진다는 확신이 없다"며 "펀더멘털 상황을 볼 때 이번 금리동결 결정은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정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내수나 수출, 물가지표를 고려하면 이번 달에 금리를 동결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며 "오늘 열리는 FOMC를 보고 결정하는 쪽으로 금통위원들이 생각한 것 같다"고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동결의 배경으로 대외리스크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유럽중앙은행(ECB)에서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하고 12일 독일 헌법재판소에서 신재정협약과 유로안정화기구(ESM)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리는 등 대외리스크가 감소되면서 한은 금통위가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조선비즈의 설문조사에서 '금리동결'을 전망했던 이학승 동양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도 좋아지고 있고 유럽의 달러에 대한 자금경색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풀리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선 "한번 정도 추가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공동락 토러스증권 채권전략팀장은 "실물경기에서 나타나는 징후들이 3분기 이후에도 안 좋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10월쯤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말까지 3개월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볼 때는 연내 한번의 금리인하만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