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에도 일부 계층의 호화 결혼식은 변하지 않았다.

"신부가 입장합니다. 모두 기립해 박수쳐 주십시오!"

8일 오전 12시 서울 서초구 A예식장. 양가 혼주, 신랑 신부의 직장과 거래처에서 보낸 화환 25개가 줄지어 서 있었다.

주례사와 축가가 끝난 뒤 20대 초반 아르바이트생 30여명이 1인분에 5만5000원짜리 쇠고기 안심스테이크를 양손에 5~6개씩 겹쳐 들고 테이블 사이를 바쁘게 오갔다. 지배인이 "한 쌍 결혼할 때마다 음식 쓰레기가 80~100㎏ 나온다"고 했다.

같은 시각 서울 강북 특1급 C호텔(700석). "신부 입장 통로(37m)가 국내에서 제일 길다"고 자랑하는 곳이다. 그만큼 오랫동안 신부가 주목받을 수 있다는 뜻이지만 하객 대다수가 예식과 상관없는 얘기를 하고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식이 끝나자 젊은 여성 하객들이 테이블과 통로에 놓인 꽃을 일부 챙겨서 돌아갔다. 호텔 직원은 "나머지 꽃은 전부 버린다"고 했다. 이 호텔 꽃값은 1800만원부터 시작한다. 웬만한 젊은이가 1년 내내 저축해도 모으기 쉽지 않은 돈이다.

8일 오후 서울의 한 특1급 호텔 결혼식장의 꽃 장식. 이 결혼식엔 꽃 장식 값만 1000만원이 들었다.

올가을 결혼 시즌이 시작되면서 9월 첫 주말(8~9일) 이틀 동안 전국에서 수천쌍이 결혼식을 올렸다. 취재팀이 8일 오전 11시~오후 7시까지 서울 시내 특1급 호텔과 주요 예식장 여섯 곳을 취재한 결과 예식비용이 8000만원 넘는 서울 시내 특1급 호텔이나 1000만~2000만원 드는 변두리 예식장이나 결혼식 내용은 판박이였다. 축가 곡목, 식사 메뉴, 식장 인테리어가 조금씩 다를 뿐 신랑 신부 얼굴을 그날 처음 봤다는 사람들이 혼주들과 얼굴도장 찍으려고 식장을 메웠다.

신부 박혜경(가명·26)씨는 "소박하게 해도 갖출 건 갖추고 싶었다"고 했다. 아들을 장가보낸 어머니 김성임(가명·54)씨는 "드레스에 쓸 돈 있으면 차라리 집값 보탰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돈 눈치 보고 애들 눈치 보느라 남들 하는 대로 치렀다"고 했다. 신랑 박용진(가명·32)씨는 "결혼식 비용은 축의금으로 충당해야겠다는 생각에 청첩장을 많이 돌렸지만 식장에 내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고 했다.

이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은 '남들처럼 했을 뿐'이라고 하지만 그게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주말마다 어마어마한 낭비가 반복된다.

지난 6월 29일 서울의 한 특1급 호텔 예식장 입구에 수십 개의 화환이 늘어서 있다.

가정경영연구소 강학중 소장은 "혼주나 신혼부부나 모르는 사람들이 밥 먹는 앞에서 결혼식 해놓고 '많은 사람이 축복하는 가운데 결혼했다'고 착각한다"고 했다. 한국결혼문화연구소 유성렬 소장(백석대 교수)은 "대다수가 집값 마련도 버거운 상황이면서 체면과 허영 때문에 거창한 결혼식을 올리고, 그걸 충당하느라 서로에게 계속해서 부담을 준다"면서 "신랑 신부, 혼주, 하객 모두가 힘들어하는 그릇된 혼례식 풍조가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5부 자문위원

강민석
KB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김덕례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금융연구소 연구위원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
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 팀장
오진호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
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최성애 HD가족클리닉 대표
하미정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선임연구원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