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기도에서 경매로 나온 아파트 수가 지난달과 비교해 큰 폭으로 늘었다. 올 들어 전국 법원 경매 물건 수가 줄어드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주택이 보유자산의 전부인 수도권 '하우스푸어'가구가 한계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 8월 경기도 아파트 경매 전월 比 18.9% 늘어

7일 법원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이 서울 수도권에서 법원 경매로 나온 주택(아파트, 연립 및 다세대, 단독주택 및 다가구)을 조사한 결과 총 4953개로 7월(4871개) 대비 1.68%(82개) 소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유형별로는 아파트가 7월 2511개에서 8월 2643개로 5.26%(132개) 늘었으며, 단독주택 및 다가구는 3.36%(16개) 증가했다. 연립 및 다세대는 1818개로 3.5%(66개) 줄었다.

경기도 법원에서 경매에 부친 부동산 수는 7월 2179개에서 8월 2497개로 14.59%(318개) 늘었다. 전체 경매물건의 60%(1500건)를 차지하는 아파트는 7월(1261개) 대비 18.95%(239개) 급증했으며, 연립 및 다가구는 9.53%(61개), 단독주택은 278개에서 296개로 6.47%(18개)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 경매 시장에서 접수된 부동산 매물이 연중 최저치(1만9481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올들어 전국적으로 경매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반면 중대형 미분양 아파트가 적체된 경기 용인과 고양시에 중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경매물건이 쏟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수도권 하우스푸어 "대출 막히고, 사업 망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활황이던 2000년대 중반 대출을 많이 받고 수도권 중대형 아파트를 매입한 '하우스푸어'가 한계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2006년에서 2007년 신규 분양을 받은 수도권 가구의 주택담보대출 원금 거치기간이 올해부터 끝나기 시작한다”면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금융권들이 대출기준을 보수적으로 잡기 시작하면서 대출갈아타기도 불가능해졌고, 대출금보다 집값이 더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권이 서둘러 경매 처분까지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유정 지지옥션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제2금융권이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하면서 국지적으로 경고음이 들렸다”면서 “채권금융기관이 경매를 신청하고 나서 해당 물건이 법원에 등록되기까지 6개월에서 8개월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올 초 금융권들이 넘긴 매물이 지금에서야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실장은 또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은 사업자금을 대부분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한다”면서 “경기불황으로 사업을 접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활황일 때는 집을 팔아서 사업자금을 갚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힘들어지면서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8월 전국에서 경매에 나온 부동산 매물은 1만9481개로 7월과 비교해 11.91%(2634개) 줄었다. 업무시설은 7월 440개에서 8월 258개로 41.36%(182개) 급감했으며, 숙박시설은 16.74%(38개), 토지는 15.48%(1271개), 주택은 12.43%(180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