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를 질주하는 한국 TV', '에너지 절감의 뚜렷한 대세', '스마트폰을 닮아가는 카메라', 'MS의 역습'….

지난달 31일부터 6일 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성대하게 열린 국제 전시회 'IFA(키워드 참조) 2012'에서는 이런 키워드들이 선명하게 읽혔다.

전시회장에서 가장 화려하게 번쩍인 첨단 디스플레이의 주도권은 단연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가 쥐고 있었고, 곳곳에서 관람객의 눈길을 잡아챈 냉장고·세탁기 등 최신 가전제품들의 경쟁은 성능과 디자인보다 에너지 절감의 '고지(高地)'에서 더 뜨거웠다.

촬영의 주인공 자리를 그동안 조금씩 스마트폰에 내줘온 카메라는 IFA를 통해 '이제 스마트폰과 닮겠다'는 커밍아웃을 시작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신 운영체제(OS)인 윈도8은 '태블릿과 일반 PC의 혼혈(混血) 제품'을 타고 돌아와 매서운 공습을 예고하고 있었다.

지난달 31일부터 6일 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2에서 LG전자가 전시한 OLED TV 앞에 많은 관람객이 모여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전시한 OLED TV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제품 중 하나로 꼽혔다.

차세대 TV는 한국의 독무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전시관 입구로부터 수십대의 눈부신 OLED TV를 걸어놓고 전시회장 전체를 압도했다. 일본과 중국 전시장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스스로 빛과 색깔을 내는 유기화합물 반도체가 촘촘히 박힌 '꿈의 TV'. 현재 TV시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LCD TV에 비해 반응 속도가 1000배나 빠르고, 픽셀이 스스로 빛을 내는 덕분에 색감도 압도적으로 화사할 뿐 아니라 TV 두께도 확 줄일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의 '스타 사장'들은 이런 차세대 TV의 선두 질주를 토대로 전 세계 언론을 향해 자신감 있는 전망을 내놓았다.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은 "6년째 세계 정상인 '삼성 TV'의 유전자와 스피드를 냉장고·세탁기에도 접목시켜 2015년까지 전 품목 1위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LG전자 권희원 사장도 "차세대 TV를 선점해 세계 TV 1위가 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윤 사장과 권 사장이 서로 "OLED TV 출시는 세계 최초로 우리가 할 것"이라고 다투는 장면을 세계의 기업들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의 OLED TV 두 대가 감쪽같이 사라진 미스터리는 이번 IFA의 가장 큰 '사건'이 됐다.

뚜렷한 화두는 '에너지 절감'

밀레·보쉬·삼성전자 등의 가전 부스 곳곳에서는 최고의 에너지 효율 등급을 뜻하는 'A+++' 표시들이 넘쳐났다. 세탁기나 의류건조기의 경우 최고 등급에 비해 다시 30~40%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제품들도 적지않았다. 자사 제품이 어떤 원리로 에너지를 아끼는지를 보여주는 시제품들이 전진 배치돼 있었다. 중국 하이얼도 태양열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에어컨을 선보였다.

물 사용을 줄였다는 점을 강조하는 제품도 많았다. 식기세척기들은 대부분 물을 적게 쓴다는 점을 핵심으로 내세웠고, 건조기나 오븐도 내부 청소에 물이 적게 든다는 셀프클리닝 기술 등을 선보였다. 현지 언론들은 가전의 전선(戰線)이 성능과 디자인에서 이제 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31일부터 6일 동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2'에서 다양한 삼성전자 OLED TV가 전시된 모습. OLED TV는 현존하는 최첨단 TV이며, 현재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와 LG전자만 출시 직전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스마트폰에 가까워지는 카메라의 진화

이번 IFA2012에서 공개된 카메라 신제품 중에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카메라'와 소니의 미러리스 카메라 'NEX-5R', 파나소닉의 와이파이 카메라 '루믹스 DMC-SZ5'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 제품들의 공통점은 모두 와이파이 기능을 탑재했다는 것.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 이용이 확대되면서 촬영한 사진을 곧바로 업데이트 하려는 소비자 욕구를 적극 수용한 것이다.

특히 삼성의 갤럭시 카메라는 와이파이는 물론 3G(3세대)·LTE(4세대) 이동통신망까지 이용 가능한 제품이다. '전문가처럼 찍어서 스마트폰처럼 공유하라'는 이 제품은 삼성의 언팩 행사에서 1500여명의 관람객으로부터 큰 탄성을 이끌어냈다.

윈도8 타고 돌아온 MS의 역습

이번 행사에서는 태블릿 PC와 일반 PC의 '혼혈 제품'들이 윈도8 OS를 탑재하고 출현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몇년 전부터 '가전 전시회'인 IFA는 세계적 대세인 '모바일'의 깃발 아래 조금씩 점령당하고 있었지만 작년까지는 안드로이드 계열의 태블릿이 주류였다. 하지만 올해는 MS의 윈도8을 장착한 채 때로는 키보드에서 떼어내 태블릿PC로, 때로는 키보드와 함께 일반 PC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제품들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를 비롯, 소니·도시바·레노버·델 등이 이런 제품을 내놓았다. 컴퓨터 사용자에게 오랫동안 익숙했던 윈도 OS를 통해 MS는 태블릿과 일반 PC의 벽을 허물고, 안드로이드에 빼앗겨온 시장을 재장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매년 8월 말~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의 가전 전시회.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소비자가전전시회(CES), 2월에 열리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함께 세계 3대 가전·IT 전시회로 꼽힌다. CES에서는 각종 가전 신제품이 처음 선보이고, MWC에는 모바일 첨단 제품이 집결하는 반면, IFA는 실제로 소비자에게 출시될 가전·IT 최신 제품의 거래 협상이 주로 이뤄지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