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들이 서민 지원책이라며 앞다퉈 선전하고 있는 '프리워크아웃(사전 채무 조정)'제도 수혜자가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제도를 마치 적극적인 서민 지원책으로 은행들이 포장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들은 프리워크아웃 대상자를 은행 대출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신용도가 있었지만 불가피하게 연체가 발생한 사람들로 한정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3개월 미만 연체 고객 등을 대상으로 프리워크아웃제도를 이달 중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 53만명 가운데 불과 0.4%인 2000명만 대상이다. 금액으로 따져도 전체 신용 대출액의 0.4%(340억원)이다. 우리은행도 프리워크아웃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역시 3개월 미만 연체자 8000명이 대상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전체 신용 대출액의 1.3%(1500억원)에 그친다.
프리워크아웃은 3개월 이상 대출금을 연체해 월급이나 재산에 대한 압류가 들어가기 전에 은행과 대출자가 계약해 빚을 장기 분할 상환 방식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금리 연 6%로 빌려 쓰던 사람이 한 달 이상 연체하면 금리가 단번에 연 17% 정도로 뛴다. 프리워크아웃제도를 이용하면 이 대출이 연 14% 정도의 10년 만기 원리금 분할 상환 방식 대출로 전환된다.
이 제도는 사실 은행 입장에서도 이득이 된다. 당장 부실 대출을 손실 처리하는 부담도 덜고 원리금을 긴 기간 동안 나눠 갚게 하면 결과적으로 은행이 받을 수 있는 돈의 총액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A은행 관계자는 "어차피 은행 거래해 오던 사람들인데 17% 연체금리 부담으로 파산하게 하느니 금리를 조금 낮춰주면 좀더 많이 갚지 않겠느냐"며 "앞으론 경기가 어려워 돈 못 갚는 사람도 더 많아질 테니 선제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프리워크아웃을 도입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프리워크아웃 프로그램을 신청해 연체 없이 잘 갚으면 금리를 우대해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6개월 동안 돈을 잘 갚으면 0.5%포인트씩 금리를 인하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계 관계자는 "14%의 높은 금리를 물면서도 돈을 잘 갚아 나가는 사람에게 은행이 금리를 낮춰주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데 우대금리로 포장하는 것은 낯 간지럽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이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상환율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프리워크아웃을 도입한 국민은행의 경우 3개월 동안 별다른 연체가 없으면 3개월에 한 번 0.2%포인트씩 금리를 깎아 준다. 최근 1년 동안 프리워크아웃 대상자 3만6512명 중 11.7%는 빚을 완전히 상환했고, 58.6%는 일년 내내 별다른 연체 없이 갚았다. 프리워크아웃 중 빚을 갚지 못해 결국 신용 불량자가 되는 경우는 8.8%에 그쳤다. 역으로 보면 프리워크아웃제도를 운영해 은행의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과 대출자가 윈·윈(win· win)하자고 만든 프리워크아웃을 서민 금융 서비스라고 선전하는 것은 과하다"며 "정작 은행 문턱을 넘지도 못하는 저신용·저소득층에 혜택을 줄 수 있는 상품들을 은행들이 더 만들어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