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구미 공장은 2006년까지 회사의 휴대전화 주력 생산 라인이었다. 삼성전자가 세계 시장에서 처음 1억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판매한 2005년에만 7000만대의 휴대전화를 생산했다. 당시 휴대전화 부문 최고경영진은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 기지를 이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제 휴대전화 주력 생산 라인은 베트남 공장으로 바뀌었다. 2007년 조성에 들어가 2009년 본격 가동된 베트남 공장은 지난해 삼성전자 휴대전화 판매량의 30% 이상을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 공장의 생산 비중은 현재 2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미 공장이 '갤럭시 노트' 등 고가 스마트폰을 집중 생산하고 있지만 옛날 같은 위상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해외 인력 비중 50% 돌파

삼성전자 구미 공장은 수출이 주력인 대기업이 국내 고용 대신 해외 고용을 더 많이 늘린 상징적 사례다. 본지가 3일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양대(兩大)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국내외 고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1명 고용할 때 해외에선 4명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 기간에 국내 인력이 1만6173명 늘어난 반면 해외 인력은 6만7453명 증가했다.

일부에선 수출 의존도가 높은 대기업이 해외 투자를 확대하고 고용을 늘리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자칫 국내 고용 기반이 무너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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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해 해외 인력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었다. 전체 인력 22만1700여명 가운데 국내 인력은 10만2000여명, 해외 인력은 11만9800여명이었다. 2010년 49.8%이던 해외 인력 비중은 단숨에 54%로 늘어났다. 해외 인력이 급증한 것은 해외 공장 신설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베트남 공장이 위치한 동남아시아에서만 1만5000명을 뽑은 것을 포함해 등 전 세계에서 5만9000여명을 신규 채용했다.

현대차도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해외 인력이 50% 가까이 늘었다. 러시아 공장이 양산에 들어가고 체코 공장이 증산에 나선 지난해에만 해외 인력이 5400명 늘었다. 특히 국내외 고용 증가율을 연평균으로 비교하면, 고용 불균형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2007년부터 5년 동안 국내 고용은 연평균 0.8% 증가에 그친 반면, 해외 고용은 8%씩 늘어났다.

"고용 없는 성장 고착화할 수도"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해외 인력 급증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세계적으로 IT·자동차 분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데다가, 각국이 무역 장벽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삼성전자나 현대차 모두 국내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내 고임금 구조와 경직된 노사 문화가 국내 고용 대신 해외 고용 확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가 올해 중국3공장 가동에 들어가고 내년 브라질 공장 양산을 시작하는 등 해외 생산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는 것도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줄이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고용 없는 대기업 성장' 구조가 고착화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유경준 KDI 선임연구위원은 "고임금과 노사 문제로 더 이상 국내에서 생산라인을 짓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대기업이 늘고 있다"면서 "수출 주력 대기업이 국내 고용을 소홀히 하면 사회적 갈등이 커져 결국 우리 경제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