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A+에셋 대표, 한국증권분석사회 부회장

알쏭달쏭이란 단어가 있다. 국어사전을 살펴보니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여러 가지 빛깔로 된 작은 점이나 줄 따위가 복잡하게 뒤섞여 무늬를 이룬 모양을 나타내는 말 또는 다른 하나는 생각이 요것 저것 뒤섞여 알 듯하면서도 얼른 분간이 안 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돼 있다. 후자를 속된 표현으로 하자면 ‘헷갈린다’는 의미다.

과거에는 상장회사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유상증자를 많이 이용했으나, 요즘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잘 알려졌다시피 BW는 신주를 살 수 있는 신주인수권(Warrant, 워런트)과 사채가 합쳐진 개념이다. 그런데 유상증자 역시 신주인수권증서 발행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BW와 관련된 ‘신주인수권증권’과 유상증자와 관련된 ‘신주인수권증서’는 같은 걸까 다른 걸까?

먼저 신주인수권증권이란 일정한 권리행사 기간에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특정 기업의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지닌 증권으로, BW에서 사채권과는 별도로 신주인수권만을 분리해 놓은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회사에서 돈이 필요해 BW를 발행하면서 사채권을 매입하는 사람에게 자기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데, 이것이 바로 신주인수권증권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매매의 대상이 된다.

주의할 점은 신주를 발행해 달라는 기간과 발행가격이 미리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또 공모로 BW를 발행할 경우 거래소에서 신주인수권증권이 거래되는데, 이때 시장가나 조건부지정가 주문은 안 되고 지정가 주문만 가능하다. 가격제한폭 15%가 적용되지 않아 주가 급등락이 심할 수 있으며, 보통의 주식과 달리 전일 종가로 기준가격을 삼지도 않아 주가 등락폭이 크다.

반면 신주인수권증서는 회사에서 유상증자를 할 때 기존주주가 신주를 우선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right)를 나타내는 ‘시한부’ 증서다. 이 역시 거래소에 상장될 경우는 신주인수권증권처럼 지정가 주문만 가능하고, 마찬가지로 가격제한폭이나 기준가격이 없다. 거래소에 상장이 안 될 경우에는 장외에서 거래된다.

유상증자 시 신주인수권증서를 발행하기로 회사에서 결정하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는 주주가 발행을 청구하게 되고, 유상증자 기준일로부터 청약일까지 약 2주간 증서로서의 효력을 가지게 된다. 그 사이에 신주인수권증서를 새로 매입한 투자자는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신주를 배정받을 수 있게 된다.

유상증자를 받게 되는 주주는 납입할 돈이 부족하거나 자금 여유가 있더라도 추가로 주식을 늘리고 싶지 않다면, 배정받은 신주인수권증서를 팔아 유상증자로 인한 권리락에 따른 주가손실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유상증자 시 신주인수권증서를 발행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이 있는가 하면 거래소에 신주인수권증서를 상장하는 기업과 상장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10월말 유상증자를 하는 대한전선은 주주의 청구가 있을 경우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증서를 발행하나 거래소에 상장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장외시장에서만 거래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또 9월초 BW 청약을 받는 STX조선해양의 경우 사채와 신주인수권이 분리형으로 발행돼 나중에 신주인수권만 별도로 사채만기일 한 달 전까지 매매할 수 있게 된다.

채권은 채권대로 거래소 시장에서 매매가 이루어지는데 대게는 처음에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므로 발행 즉시 매도한다면 채권 쪽에서는 약간의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신주인수권증권은 BW를 발행한 회사의 주가에 연동해 움직이므로 향후 주가상승 가능성이 있는지가 투자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

이처럼 신주인수권증권과 신주인수권증서는 엄연히 다르다. 글자 한 자 차이로 인해 그 권리가 지속되는 기간이 사채만기일에 따라 수년간(신주인수권증권) 이어지기도 하고, 단기(신주인수권증서)에 그치기도 한다. 발행 성격 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이외에도 헷갈리는 주식용어는 많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가 선행돼야 성공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