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이 경력사원은 물론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도 직접 참여하는 그룹이 있다. B2B 기업(소비자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의 취업 희망 기업 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에 오르고, 경력사원이 가장 옮기고 싶어하는 그룹이기도 하다. 올해 설립 116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最古) 기업 가운데 하나인 두산그룹 이야기다.
두산은 최근 10여년 동안 가장 역동적으로 변신한 그룹이다. 주류·유통 등이 주업이던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중장비 등 ISB(사회기반시설 지원 비즈니스)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했다. 1998년 3조4000억원에 불과하던 그룹 매출은 지난해 26조2000억원으로 7배 이상 커졌으며, 시가총액도 20배 이상 증가했다. 1998년 그룹 매출의 33%에 불과하던 산업재 매출 비중은 지난해 90%로, 12%이던 해외 매출 비중은 61%로, 0.2%에 그치던 해외 임직원 비율은 49%로 확대됐다.
◇"그룹 회장이 신입사원 면접에도 참가"
소비재에서 중공업으로, 내수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변화하며 연평균 17%의 놀라운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두산의 인재 중심 경영철학이 존재한다. 우수한 인재를 선발해 성장시킬 수 있다면 업종이 바뀌고 시장이 변해도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고, 위기도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의 광고 카피처럼 인재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은 2G(사람의 성장과 사업의 성장) 전략으로 대표된다. 사람의 성장을 통해 사업의 성장을 이끌고, 다시 사업의 성장을 통해 나온 가치로 사람의 성장을 유도한다는 것이 두산의 고유 가치다.
두산의 인재 사랑은 '최고경영자(CEO) 회사설명회'에서 잘 드러난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 김용성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등 그룹의 최고경영진은 직접 대학의 채용 설명회에 참석해 회사를 소개한다. 올해에도 10여개 대학에서 진행하는 설명회에 최고경영진이 직접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해외 유명 경영대학원(MBA) 졸업생 면접을 위해 해외 출장도 마다하지 않고, 경력 사원을 비롯한 신입사원 채용 때도 직접 면접관으로 참가한다.
두산은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부터 우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두산에 입사하려면 서류 전형, 두산종합적성검사(DCAT), 면접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두산은 서류전형에서 이른바 스펙이라고 불리는 학점, 영어성적, 봉사활동 등으로 지원자를 평가하기보다는 두산이 원하는 인재상과 역량을 지원자가 가지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또한 한자(漢字) 시험을 통해 기업에서의 업무 수행에 필요한 기초적인 한자 활용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급별 다양한 내부 연수 프로그램 운영
두산은 우수 인재 선발만큼 임직원의 역량 향상도 중시한다. 신입사원은 그룹 연수원에서 두산인으로서 갖춰야 할 소양과 기본적 업무 시스템을 2주 동안 교육받은 뒤 현장 체험, 멘토링, 봉사 활동 등 계열사별로 차별화된 교육을 받는다. 두산중공업은 입사자를 대상으로 기초업무 교육, 회계 교육, 해외 현장 체험 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1년 동안 실시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각 부서 순환 근무와 생산 현장 체험 등으로 구성된 FES(Front-Line Experience Sharing)와 해외 사업장을 탐방하는 WINDUP(World Infracoreship Buildup)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두산은 또 차별화된 임직원 교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GCT(글로벌 CFO 교육)는 글로벌 재무 교육프로그램으로 우수 재무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다. 최종 목적은 이 인력을 해외 법인에 파견하는 것이다. 교육기간은 약 6개월. 이 기간에 20일간의 해외 현지 교육, 재무소양 교육, 외국어 등의 교육이 이뤄진다. 글로벌 교육인 만큼 주요 교육은 영어로 진행한다.
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는 사내 MBA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내 MBA 제도는 '인재 확보'라는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는 동시에 자기계발을 고민하는 직원들에게도 해결책이 되고 있다. 사내 MBA는 회사 상황에 따라 교육과정, 교육기간, 운영방식을 회사가 설계한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이어서 그 효과를 더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사내 MBA프로그램은 직급별로 세분화해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사원~대리급 대상인 주니어 MBA, 대리~과장급 대상인 탤런트 MBA, 과장~부장급 대상인 C-MBA(Core MBA), 중역 대상인 E-MBA 등으로 나뉘어 있다. 각 직급과 연차에서 필요로 하는 경영 지식을 습득하고,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육 기간은 최소 4개월에서 최대 1년이다. 특히 C-MBA 교육생은 해외 연수로 2주 동안 미국 뉴욕주립대에서 기술과 조직 관련 3개 과정을 수강하면서 글로벌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갖는다.
두산이 원하는 인재는 ▲끊임없이 도전해 성과를 내는 사람 ▲원칙을 지켜 함께 발전하는 사람 ▲유연한 사고로 혁신을 주도하는 사람 ▲글로벌 역량으로 도약을 이끄는 사람이다. 이른바 스펙 좋은 사람보다 두산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 입사지원서에 학점 기입란을 없앴다. 지난해 두산은 대학생 취업 선호 기업 조사에서 전년보다 56% 상승한 수치로 5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