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조2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한 남양유업 성공의 핵심은 국내외 제품을 가리지 않고 모방하는 ‘따라쟁이’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때문에 업계는 매출 증가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제품을 고집하는 기업철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남양유업이 이처럼 ‘따라쟁이 전략’에 재미를 붙인 이유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전문가들은 “모방기업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데 걸리는 시간은 제품을 처음 개발한 혁신기업의 70% 이하에 불과하고, 모방제품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은 혁신비용의 평균 65% 이하밖에 들지 않을 정도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남양유업의 따라쟁이 대표 상품 중 하나가 원두커피믹스 루카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10월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개념을 적용한 새 커피믹스 브랜드 ‘카누’를 선보였다.

동서식품은 남양이 시작한 카제인 나트륨 공방에 지치기도 했지만 고급스러워진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제품이 필요하다고 판단, 야심작 카누를 출시했다. 동서식품의 이런 전략이 주효, 카누는 최근 하루 판매량이 30만개에 달할 정도로 확실히 입지를 구축했다.

남양유업은 동서식품이 카누로 원두커피믹스 시장에 안착하자 정확히 8개월 뒤에 포장은 물론이고 이름까지 비슷한 원두커피믹스 ‘루카’를 선보였다. 규격이 같은 것은 물론이고 포장 디자인도 비슷하다. 특히 상품 브랜드를 동서식품의 카누를 거꾸로 한 루카로 지어, 두 제품을 혼동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덕분에 동서식품이 출시 후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인 것과 달리, 남양유업은 루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나 홍보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남양유업 따라쟁이 전략은 커피뿐 아니라 다양한 제품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국내 우유 시장에서 2위를 달리는 '맛있는 우유 GT'도 출시되자마자 일본 메이지유업의 '오이시 규뉴(맛있는 우유)'와 비슷하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남양유업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대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쳐 맛있는 우유를 효자 품목으로 키워냈다. 국내 소비자 중 일본에 ‘오이시 우유’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이 많지 않아 문제로 비화되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이달 말에는 ‘3번 더 좋은 우유’를 출시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남양유업이 올해 초 출시된 매일유업의 ‘좋은 우유’를 모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5년 출시 후 연 매출 1000억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성공한 남양유업의 ‘17차’도 일본 아사히사의 ‘16차’를 모방해 성공한 케이스다. ‘16차’는 1993년에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도 일본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남양유업의 베끼기 전략은 본질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 중국 전자회사나 자동차 회사가 생산하는 짝퉁과 다를 바가 없다”며 “이는 단기적으로는 회사 매출을 증대시키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회사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