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1496명이 숨진 영국 여객선 타이태닉의 침몰사고는 더없는 비극이었지만 여성과 어린이에게 구명보트를 양보한 영국 남성들의 신사도는 두고두고 칭송을 받아왔다. 실제 해난사고 현장의 영국 여객선들에선 이 같은 신사도는 거의 없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 연구진은 타이태닉호(號)를 포함해 지난 1852년부터 2011년까지 100명 이상이 숨진 대형 해난사고 18건의 생존율 특성을 분석해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승무원의 생존율이 61.1%로 가장 높았고 다음이 선장(43.8%), 남성 승객(37.4%), 여성 승객(26.7%) 순이었다. 어린 승객들의 생존율은 15.3%로 가장 낮았다. 실제 재난현장에선 '여성과 어린이 먼저(Women and children first!)'라는 원칙보다 '각자도생(Every man for himself!)'의 현실이 지배했다. 특히 영국 선적 배들의 여성 승객 생존율은 15.3%로, 다른 나라 여객선 평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선적인 타이태닉호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1912년 4월 14일 유람선 타이태닉호의 침몰사고 때 여성 승객 생존율은 75%에 육박했다. 20%도 안 되는 남성 승객 생존율의 3배가 넘었다. 어린이 승객 생존율도 50%가 넘었다.
하지만 여성과 어린이 생존율을 좌우한 것은 신사도보다 선장의 영향력이 더 컸다. 연구진에 따르면, 선장이 '여성과 어린이 우선' 원칙을 내세워 현장을 통제한 5건의 사례에서 여성 생존율이 그렇지 않은 13건에 비해 평균 9.6%p 높았다. 타이태닉호 침몰 때도 선장이 구명보트에 먼저 타려는 남성을 총으로 위협해 물러서게 하고 여성과 어린이 승객들을 먼저 대피시킨 덕분에 생존율이 높아졌다.
여성 승객들의 생존율은 1차 세계대전을 분기점으로 눈에 띄게 상승하는 추세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재난 현장의 구조 순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연구진은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