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하락하면서 담보대출비율(LTV·Loan To Value)이 60%를 초과하는 은행 대출잔액이 최근 3개월 사이 2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은행들을 상대로 대출자의 LTV 초과분에 대해 신용대출이나 장기상환분할로 전환해줄 것을 주문했다.

1일 금융감독원이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LTV 60%를 초과하는 은행권의 대출 잔액은 총 44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41조4000억원에서 3개월 사이 2조6000억원이 늘어난 것이다. LTV가 60%라면 10억원짜리 집에 6억원의 대출이 있다는 말이다.

3월말 현재 구역별로는 60% 초과~70% 이하가 35조8000억원, 70% 초과~80% 이하가 5조3000억원, 80% 초과가 2조9000억원이었다. LTV 60% 초과 대출잔액이 전체 주택담보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말 15%에서 올 3월 15.6%로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집값 하락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집값의 50~60%까지만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규제하고 있다. 이 수치가 넘어가면 가계의 채무부담 능력이 나빠지고 은행도 부실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LTV가 60%를 초과하는 지역은 경기도 용인 등 최근 집값이 급락한 수도권 일대에 몰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은 LTV가 60%를 초과하더라도 약 90%는 만기연장을 해주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5월말부터 내부 등급이 6등급 이하이고 LTV가 80%를 초과하는 일부 고객에게는 원금 일부를 상환하라고 요구하지만 LTV 80% 이하 고객들은 대부분 만기를 연장해주고 있다.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도 LTV가 60%를 초과하더라도 거래실적이나 신용도가 나쁜 일부 고객을 제외하면 대부분 만기를 연장해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 60% 초과분을 모두 상환하라고 하면 돈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연장이 된다"며 "연체자가 늘면 은행도 '정상여신'을 '부실여신'으로 돌려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LTV가 60% 초과하더라도 과도하게 상환을 요구하지 말고 초과 대출분을 신용대출이나 장기상환분할대출로 전환해줄 것을 시중은행에 요구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체 LTV 수준은 양호하지만 지역별로 LTV 비율이 다른 게 문제"라며 "지역별로 LTV 실태를 조사하고 차별화된 대책이 필요하면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