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생산과 소비, 투자 등 경기 3대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1분기(0.9%)의 절반에 그친 데서 보듯이 경기침체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유럽 경제위기의 파장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하반기에도 경기가 등락을 거듭하면서 부진한 상태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5월 다소 나아졌다가 6월 다시 악화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12년 6월 및 2분기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6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대비 0.3% 감소했고 소매판매(소비)는 0.5% 줄었다. 설비투자는 6.3%로 감소폭이 매우 컸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3개월만이다. 5월 생산이 0.5% 증가하고 소비와 투자도 각각 0.7%, 0.1% 늘어나 다소 개선되는 듯 했으나 6월 수치에서 여전히 경기 침체 상태인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지난 3월에는 생산(-0.8%) 소비(-2.6%) 투자(-7%)의 상황이 모두 6월보다 더 나빴었다.

광공업 생산은 전월대비 0.4% 감소했고 이중 제조업 생산의 경우 반도체 및 부품이 1.1% 증가했으나 기타운송장비(-7.6%), 기계장비(-2.5%) 등에서 부진해 전체로는 0.3% 감소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출판ㆍ영상ㆍ방송통신ㆍ정보(1.7%) 예술ㆍ스포츠ㆍ여가(4.2%) 등에서 증가했으나 부동산ㆍ임대(-3.7%) 도소매(-1%) 음식숙박(-0.7%) 운수(-0.8%) 등 서민업종에서 감소해 전체로는 0.4% 줄어들었다.

◆ 재고/출하비율 10개월만에 최저, 내구재 소비 감소 등 경기 침체의 전형적 모습

제조업 출하 역시 0.8% 줄었다. 내수 출하가 1.1% 감소했을 뿐 아니라 수출 출하(-0.6%)까지 1개월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생산과 출하가 줄어들면서 재고도 2.1% 감소했다. 경기 침체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생산과 출하를 줄이면서 기존 재고를 소진하는 형태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재고/출하 비율은 전월대비 1.4%포인트 하락한 107%였다. 지난해 9월 103.5%를 기록한 이후 10개월만에 최저치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8.2%로 1.2%포인트 떨어져 지난 3월(78.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는 의복 등 준내구재(-1.7%), 가전제품 등 내구재(-0.8%) 등에서 크게 감소해 전체적으로 0.5% 줄어들었다. 내구재와 준내구재 등 장기간 사용하는 물품의 판매 부진은 경기가 나쁠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계속 증가세를 보였던 승용차 소비까지 1.4%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13.5%)가 증가했으나 기계류(-10.2%)가 감소해 전체적으로 6.3% 줄어들었다. 기계수주는 전년동월대비 33.5% 줄어 2개월 연속 감소했고 건설수주는 공공부문 발주 증가로 2.6% 증가했다.

◆ "등락 거듭하며 경기 부진 계속된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전월차는 전월의 -0.5포인트에서 0포인트로 나아졌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0.5포인트 상승했다. 기획재정부는 "5월에 동반하락했던 경기동행·선행지수가 보합과 상승으로 전환된 것은 향후 경기흐름에 긍정적 측면"이라며 "제조업의 경우도 재고조정이 나타나면서 생산 감소를 초래했으나 향후 생산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경기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유럽발 경제위기 심화와 그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2분기에 성장률이 0.4%로 푹 꺼졌다"며 "3분기에는 수치상으로 2분기보다 나아지겠지만 경기부진 흐름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선진국 경기침체, 국제교역 위축으로 나타나면서 실물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2분기 중에서도 6월로 갈수록 안 좋았는데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가 계속 낮은 수준에서 유럽 위기의 해결 정도에 따라 등락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재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생산 측면과 수요(소비, 투자, 수출) 측면이 모두 마이너스가 나온 것은 아주 드문 상황으로 정상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인 자체가 아주 나쁘지만 스페인 문제가 해결되면 하반기부터 경기가 어느 정도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연구위원은 "8월말까지 스페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으면 스페인이 디폴트를 맞게 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유로존은 깨져 3~5년간 공황 수준의 혼란이 올 것“이라며 ”1~2개월 정도 마지막 시간이 남은 것 같은데 그때까지 만족할 만한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