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부산광역시에서 분양한 아파트 두 채를 분양받은 A씨는 최근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두 아파트는 분양가가 같았는데 중도금 대출 이자가 한 채는 약 1900만원, 다른 한 채는 약 2100만원으로 200만원 이상 차이가 난 것이다.

A씨가 대출을 받았던 B 은행에 확인해 보니 은행이 한 채의 가산금리만 0.65%에서 1.8%로 올린 것을 발견했다. A씨는 24일 "중도금 대출을 받을 때 약정서도 주지 않고 가산금리가 0.65%라고만 얘기했다"며 "분양가가 똑같은 두 채를 분양받지 않았으면 이자가 오른 줄도 모르고 낼 뻔했다"고 말했다. B은행은 계약자가 항의하자 이 단지 일부 가구에 적용했던 1.8%의 가산금리를 0.65%로 조정해줬다.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이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임의로 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파트 중도금 대출에 대한 불신도 커지고 있다.

2008년 부동산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서 아파트를 지어 분양하는 시행사들은 중도금 대출 무이자나 '이자후불제'를 조건으로 내건 경우가 많았다. 이자후불제는 아파트를 짓는 기간에 시행사가 중도금 대출 이자를 대신 내주고 계약자는 잔금 납부시점에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이다.

은행들은 중도금 대출 이자 조건을 아파트 계약자와 하지 않고 시행사와 협의해 계약자에 통보한다. 계약자의 신용도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대출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를 짓는 도중 시행사나 시공사가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가거나 재정상황이 안 좋아지면 가산금리가 높아지는데 계약자에겐 통보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중도금 무이자는 중도금 이자를 시행사가 내서 가산금리가 올라도 상관없지만 이자후불제는 계약자가 이자를 납부하는 것이어서 계약자에게는 중요한 사항이다.

4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도금 대출 잔액은 26조9000억원으로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은 각각 전국 수십~수백개의 아파트 사업장에 1조~5조원 규모로 중도금 대출을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산금리가 바뀌면 고객에게 알려야 하는 게 맞지만 아파트 계약자가 전국적으로 수만 명에 달하기 때문에 일부 사업장에선 누락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소비자가 정확한 금리 변동 이유를 알지 못하는 문제점이 자주 발생해 대출 약정 시와 대출 만기 시 금리 변동 내역을 제대로 안내하도록 최근에 제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최근 집단대출 관련 만기 조작 등 문제점이 잇따라 발생하자 전 은행을 대상으로 실태 점검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