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과 상의없이 돌연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중견건설업체 삼환기업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1200억원의 상거래채권을 보유한 700여개 협력업체의 어려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법원이 23일 삼환기업의 법정관리 개시를 결정할 예정"이라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삼환기업이)법정관리를 철회할 가능성은 낮아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4부는 지난 19일 열린 삼환기업과 채권단 대표자 심문에서 삼환기업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23일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이 법정관리 개시 여부 결정을 26일까지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23일 오전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회생절차 개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삼환기업과 채권단에 전달했다.
반면 수출입은행은 삼환기업과의 협상을 통해 워크아웃으로 복귀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삼환기업이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23일 대표자 면담을 통해 끝까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정관리 개시 여부의 결정을 하루 앞두고 자금 지원의 전제 조건인 출자전환과 사재 출연 등에 대해 채권단과 삼환기업의 의견대립이 여전해 법정관리 철회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 명령이 내려져 법원의 허락 없이는 채권단의 담보 취득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 상황에서 삼환기업의 법정관리 철회를 위해서는 채권단이 담보없이 자금 지원을 해야 하는데, 수출입은행을 비롯한 40여개의 채권단이 동의할 지 미지수다. 은행권은 5월말 현재 4367억원의 삼환기업 관련 채권을 갖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715억원(이행성보증 포함)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 601억원, 농협 469억원, 우리은행 298억원 등이다.
삼환기업 관계자도 "법정관리를 철회하기가 쉽지 않아보인다"며 "23일 법원의 개시명령이 내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경기 장기침체 이후 경영난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건너뛰고 채권단과 상의없이 법정관리를 잇따라 신청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채권단은 협력업체들의 줄도산이 예상되는데도 대주주만 살겠다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반면 건설사들은 채권단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통해 건설사를 살리기 보다는 채권 회수에만 급급해 결국 껍데기만 남게되는 실정이라고 맞서고 있다.
삼환기업이 법정관리를 택한 이유는 워크아웃 보다 법정관리가 훨씬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6년 통합도산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경영권을 박탈당했던 과거와는 달리 법정관리를 신청해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됐을 뿐만 아니라 6개월 이내에 법정관리를 졸업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 제도도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통합도산법은 경영진의 중대한 잘못이 없으면 대주주 지분을 소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DIP·debtor in possession)'에 따라 경영권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7월18일자 '[금융포커스] 뛰는 채권단 위에 나는 건설사' 기사 참고)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현행 법정관리 제도가 기업들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워크아웃 제도를 통해 기업과 협력업체들을 정상화시키기 위해 협의점을 찾고 있는 금융당국과 채권단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