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한 곳이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담합했다고 고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권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은행권은 여전히 CD금리 담합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이러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대출자들의 집단소송 등 앞으로 불어닥칠 거센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도 금융권의 CD금리 조작 가능성이 낮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만으로 담합 사실을 단정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CD금리 담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감독소홀에 대한 비난을 받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겠다고 외쳐온 금융감독당국으로선 치명타를 입을 수 밖에 없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19일 "은행들이 CD금리를 조작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예대율 규제와 예수금 유입으로 은행들이 CD 자체를 발행하지 않은 지가 한참됐는데, 금리를 조작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전국은행연합회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권의 자금부서장간담회 등을 담합의 근원지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자금부서장간담회는 전국은행연합회의 27개 전문위원회중 하나인 자금전문위원회에 소속된 19개은행과 연합회의 자금업무담당 부서장을 대상으로 매월 정례적으로 개최하는 오찬 형식의 간담회"라며 "공정거래법 등 관련법상 금지된 일체의 행위를 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입장과는 달리 은행권은 혹시나 모를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담합이 밝혀지면 집단소송 등 은행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익명의 금융권 한 관계자는 "CD금리를 조작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고 있지만 만약 담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전체 은행 대출 중 CD금리 연동대출은 300조원(약 30%) 가량으로 CD금리가 연 1bp만 높게 유지돼도 은행들은 대출이자를 연간 3000억원 가까이 더 챙길 수 있다. 반대로 대출자들은 3000억원의 대출이자 부담이 더 늘어나는 셈이다.

나승철 법무법인 청목 변호사는 "보통 민사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경우 청구하는 쪽에서 고의 과실을 입증하도록 돼있으나 담합이 인정될 경우에는 사업자가 본인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며 "CD금리 관련 담합이 드러날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상당히 많은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공정위는 금융회사 한 곳으로부터 CD금리 담합 사실에 대한 자신신고(일명 리니언시)을 받았고 증권사 10곳과 은행 9곳에 대한 조사에서 다른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니언시는 정부가 담합 근절을 위해 1997년 처음 도입했다. 현재 담합 사건의 약 70%가 이 제도를 통해 적발될 정도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착한 배신'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공정위에 밀약사실을 가장 먼저 신고한 업체는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는다.